미키 마우스가 처음 등장한 건 1928년 개봉된 유성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호'를 통해서다. 가성 섞인 특유의 목소리 연기는 월트 디즈니 자신이 맡았고 그림은 동료 만화가 어브 이웍스가 그렸다. 처음엔 흰자위가 없는 눈동자에 꼬리가 보이는 반바지 차림이었으나 나중에 흰자위가 있고 넥타이에 흰 장갑을 낀 모습으로 변신했다. 명칭도 당초엔 '모티머'였지만 디즈니의 부인이 '미키'로 바꾸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미키 마우스로 자신을 얻은 디즈니는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를 1937년 내놔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에도 '피노키오''신데렐라' 등을 제작해 애니메이션 명가로 자리잡았다. 일본은 거대한 만화시장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떠올랐다. 데즈카 오사무의 원작 만화를 1963년 TV 시리즈로 제작한 '아톰'이 기폭제가 됐다. '아톰'은 높은 인기를 끌며 패전으로 풀죽어 있던 일본인들에게 큰 희망을 줬다. '미래소년 코난'으로 데뷔한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웃집 토토로''원령공주' 등 대작을 선보이며 애니메이션 산업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대표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에서만 240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은 물론 2002년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2009년 기준 141억7500만달러(약 15조3200억원)다. 연 4.3%씩 성장해 2014년에는 175억1100만달러(약 18조9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점유율은 북미 42%,유럽 26%,일본 20%다. 우리는 0.3%에 불과하다. 미국 일본 작품만 인기를 끌 뿐 국산은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2007년 나온 '로보트 태권 브이' 디지털 복원판이 세운 72만명이 최고 기록이다. 흥행이 안되니 투자가 줄고 다시 작품 빈곤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국산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관객 100만명을 훌쩍 넘기고 새 흥행기록을 써가고 있다. 황선미씨의 원작 동화를 토대로 한 탄탄한 스토리와 정감 있는 캐릭터에 한국 정서를 잘 살려낸 것이 성공 요인이란다. 120명의 애니메이터들이 2년 동안 12만장의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공을 들인 덕인지 까다로운 우리 관객들 눈에 들었다. 내달 중국 2000여개 스크린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다. '토종 암탉'이 해외에서도 멋지게 달려가기를 기대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