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복숭아가 본격 출하되는 8월이다. 복숭아는 포도당 과당 설탕이 주된 성분으로 유기산이 0.5% 정도밖에 되지 않아 신맛이 적다. 그래서 신맛 때문에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복숭아만은 즐겨 찾는다. 복숭아의 연분홍색은 양기가 많다는 의미다. 여성들이 얼굴 화장을 할 때 복숭아빛을 그리는 것은 누군가를 매혹시키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제삿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 것도 양기가 많은 복숭아가 음기가 모여 생성된 귀신을 쫓아낼 것을 우려한 관행이 굳은 것이다.

복숭아는 폐의 기능을 강화시켜 준다. 예부터 폐결핵에 복숭아를 많이 먹었다. 근래에는 담배의 니코틴을 해독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흡연자들이 복숭아를 더욱 찾는다. 복숭아에는 나트륨에 대적하는 칼륨이 많아 고혈압 심장병 환자에게 이롭다. 소변을 통해 정체되었던 수분이 빠져 나가면서 기운이 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복숭아를 말려 포로 먹으면 안색이 좋아지고 기운이 약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을 하거나 식욕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허열이 풀어질 수 있다. 복숭아는 다른 과일과 달리 성질이 차갑지 않아 소화력이 약한 소음인 체질의 사람들이 먹어도 될 만큼 기운을 보강하는 효과가 있다. 무더운 여름철에 입맛이 없고 아랫배가 차가워 설사를 자주 하는 소음인에게 잘 익은 복숭아는 보약이 될 수 있다.

복숭아 씨앗(도인 · 桃仁)은 대장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어혈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어 피멍이 든 것을 푸는 데 효과적이다. 생리통이나 생리불순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의 완화제로도 많이 애용된다.

다만 복숭아는 약간의 알레르기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소아 식품 알레르기의 10가지 원인 식품 가운데 복숭아(1.6%)는 달걀(2.6%),돼지고지(1.7%)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식품 알레르기가 생기면 가볍게는 두드러기가 나타나서 가려움증을 호소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호흡이 가빠지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는다. 음식물 알레르기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1년에 50명 정도나 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더욱이 복숭아는 나이가 들어도 알레르기 성향이 줄어들지 않는다. 복숭아 알레르기는 과육보다는 털이 주된 원인이므로 털을 깨끗이 씻어내도록 한다.

김달래 < 강동경희대병원 사상체질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