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재건축, 노후단독주택 개발 대안 '부상'

신길 등 문의 잇따라…면목·수유·불광 '후보'
3년이면 완공…이미 지정된 곳도 '갈아타기'

"영등포 신길동 일대 주민들이 소규모 정비사업 시범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시간이 너무 걸린다며 소규모 정비사업을 문의하는 시민들도 많고요. "(서울시 주거재생과 관계자)

서울시가 최근 5000㎡ 이하의 낡은 단독주택 지역을 대상으로 소규모 정비사업(미니 재건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단독주택 재건축을 폐지하고 재개발 구역 지정 요건도 강화한다는 방침이어서 미니 재건축은 한층 탄력받을 전망이다.

◆까다로워진 재건축 · 재개발

1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도시재정비 · 주거환경정비법'이 연내 제정되면 단독주택 재건축 제도는 폐지되고 재개발 방식으로 통합 운영된다.

재개발 구역 지정 요건도 노후 · 불량 건축물 수와 연면적이 전체 구역의 3분의 2 이상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과도한 정비구역 지정에 따른 부작용을 규제하기 위한 조치다.

단독주택 재건축은 낡은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 다가구주택을 허물고 아파트를 짓는 정비사업으로 2003년 도입됐다. 겉으로는 재개발과 비슷하지만 도로，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양호한 곳에서 추진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 대상지는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은 크게 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10년 내에 서울 전역의 양호한 단독주택 지역이 모두 고층 아파트로 바뀌게 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미니 재건축이 '돌파구'

단독주택 재건축이 추진될 만한 곳은 대부분 미니 재건축 대상지와 겹친다. 미니 재건축 대상은 대지 면적이 1000~5000㎡(30~100가구) 규모로，골목길이 구불구불하지 않고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형성된 곳이다.

1960~1980년대에 형성된 면목 · 수유 · 불광 · 성산 · 연희 · 연남 · 역촌 · 화양 · 망우 · 시흥 · 도봉 · 장안평 · 암사 등이 주요 후보지다. 15층 안팎의 고층 아파트를 짓는 단독주택 재건축과 달리 미니 재건축은 7층 이하의 중 · 저층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 세를 놓는 집주인을 고려, 1가구 다주택 분양이 허용된다는 것도 특징이다. 사업기간은 2~3년으로 단독주택 재건축(평균 8년6개월)에 비해 훨씬 짧다.

이미 지정된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도 미니 재건축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사업이 지지부진한 구역에 '일몰제'를 도입，3년 이내에 추진위 승인 신청등의 단계에 들어서지 못하면 정비구역을 자동 해제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현재 단독주택 재건축 대상으로 구역지정 85곳과 정비예정구역 167곳 등 252곳이 지정돼 있다.

◆휴먼타운도 늘어날 듯

서울시가 추진 중인 미니 재건축은 일본 도쿄만 인근의 신도심 '마쿠하리'나 네덜란드의 '웨펜브르흐' 주택단지 등이 모델이다. 주로 5~7층 높이의 아담한 공동주택 단지로 1층에는 상업 · 업무시설과 커뮤니티시설 등이 조성돼 있으며 거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안마당이 있는 'ㄷ'자 중정(中庭)형 공동주택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노후도가 덜해 미니 재건축이 적합하지 않은 곳은 기존 주택을 보전하는 형태의 '휴먼타운' 사업으로 대안을 찾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