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그룹 회장 · 얼굴)은 말수가 적은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11일 오전 서울 역삼동 GS타워 앞.차에서 내린 허 회장에게 다가가자 '무슨 일이냐'는 표정이던 그의 얼굴은 '전경련'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이내 굳어졌다. "전경련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는 16일 창립 50주년을 맞는 전경련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에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는 비판부터 시작해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사무국을 이끌어온 정병철 상근 부회장과 이승철 전무 개인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전경련이 위기에 빠져 허우적대는 가운데 허 회장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지난달 말 열린 제주 하계 포럼에서 만난 허 회장은 전경련과 관련한 질문에 "아직 행사도 시작하기 전"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공식 개회사와 만찬 인사말에서도 전경련을 대표하는 재계 총수로서의 입장 표명은 없었다.

허 회장은 지난 2월24일 제33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열심히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 전경련과 대기업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약속했다. 6개월 가까이 흐르는 동안 전경련이 무슨 성과를 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2000년대 들어 첫 10대그룹 오너 회장이란 점에서 허 회장의 취임은 주목받았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재계를 대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재계에선 "전경련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허 회장이 직접 리더십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무국 인사에 대해선 허 회장이 전권을 행사한다"며 "4대 그룹이라고 해도 부회장단의 일원일 뿐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