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캐리트레이드' 몰려온다…환율ㆍ금리 동반하락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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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년 더 제로금리 - 국내 금융시장 영향은
3년물 국고채 금리 0.12%P 급락…韓銀, 당분간 금리 인상 어려워
3년물 국고채 금리 0.12%P 급락…韓銀, 당분간 금리 인상 어려워
"최소한 2년 동안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결정은 파격이다. 중앙은행의 화법은 한 방향으로의 쏠림을 유발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정책 방향을 시사하더라도 '상당 기간' 등 모호한 화법을 사용하는 것이 통례다. 그런 점에서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2년간 제로(0%)금리에 묶이게 됐다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달러 캐리트레이드 주목
금융시장에선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년간 달러 금리가 제로를 유지하는 게 확실한 만큼 투자은행(IB) 등 '큰손'들이 저금리로 달러를 빌려다 수익성이 높은 신흥시장에 투자할 유인이 매우 커졌다.
조중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미국 FRB의 결정은 투자자들의 차입 투자를 부추기는 효과가 있다"며 "달러 캐리트레이드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국내 채권시장도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한국 경제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다 금리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10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전날보다 0.12%포인트 떨어진 연 3.45%에 마감했다.
반면 미국 국고채 금리(2년물 기준)는 연 0.2%가 채 안된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사실상 제로금리인 미국 달러화나 일본 엔화를 빌려 투자하는 달러 캐리 자금과 엔 캐리 자금이 국내에도 상당히 들어와 있다"며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 충격으로 패닉에 빠진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이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외국인의 캐리 자금과 무관치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환율은 더 떨어질 듯
외환시장에선 원화 강세(원 · 달러 환율 하락) 흐름이 재연될 수 있다. 미국의 장기 제로금리 유지 선언은 추세적으로 달러 약세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와 엔 캐리 트레이드로 외국인 채권 매수가 늘어나는 점도 환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국내 채권을 사기 위해서는 달러나 엔화를 원화로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다.
물론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언제든 환율이 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가가 하루에 100포인트 이상 빠질 때도 환율 상승폭이 10~15원선에 그치는 등 최근 외환시장은 상대적으로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주가 폭락 때 환율이 하루 에 51원 급등하기도 한 것과 대비된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중장기적으로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참여자들이 많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힘들 듯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힘들어졌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물가가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이 초저금리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한은만 금리를 올리기도 머쓱한 상황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국회에 출석해 "기준금리 정상화가 필요하지만 최근 달라진 금융시장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며 '금리 정상화'에서 한발 물러섰다. 시장에선 이미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 캐리 트레이드
이자가 싼 나라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다. 제로 금리인 미국과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와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표적이다.
주용석/김일규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