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비롯해 SK, 한화 등 일부 그룹사들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사업인 MRO에서 손을 떼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LG와 포스코 등 다른 그룹사들은 사업철수가 능사는 아니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그 속내는 무엇인지 박병연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삼성(IMK)과 SK(MRO코리아), 한화(한화S&C) 등 일부 그룹사들은 대기업 MRO사입이 동반성장에 역행한다는 사회여론을 의식해 사업철수를 결정했습니다. 대기업들의 MRO 사업을 강도높게 비판하던 정부조차 이들 기업들의 잇따른 사업 철수 발표에 겉으로는 반기면서도 내심 당황하는 눈치입니다. 대기업들의 갑작스런 사업철수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17개에 이르는 대기업 MRO 회사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서브원을 저회사로 두고 있는 LG는 사업철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MRO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입니다. LG그룹 관계자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좀 더 명쾌하게 된 다음에 합의가 이뤄지면 거기에 맞춰서...이것까지가 지끔까지 나온 답이고요. 그 이상의 어떤건 나온게 없어요." LG그룹의 MRO 회사인 서브원의 지난해 MRO사업 매출은 2조2504억원으로 삼성(1조5492억원)을 제외한 다른 그룹사에 비해 4배 이상 많았습니다. 삼성의 아이마켓코리아(IMK) 등 다른 NRO업체에 비해 취급품목(100만개)이 2배 이상 많고, 계열사가 아닌 일반기업 매출비중도 30%에 이릅니다. 지난해 매출 1028억원에 504억원의 적자를 낸 SK그룹의 MRO코리아 같은 부실기업이 아닌 만큼, 갑자기 사업을 접기는 쉽지 않다는 게 LG의 입장입니다. 서브원은 또 지주회사인 (주)LG가 전체 지분의 100% 보유하고 있고 대주주 지분은 전혀없는 만큼,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도 아닙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씨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S&C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엔투비라는 MRO 회사 지분 64.9%를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 역시 사업철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MRO 회사와 달리 이익을 남기지 않는 구조(영업이익률 0.2%-0.4%)인 만큼, MRO 사업을 유지하는 게 오히려 중소납품업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포스코 관계자 "(삼성이 MRO 사업을) 접으면 그걸 가져다 누가 한다고 쳐요. 예를 들어 중소기업청이 한다고 쳐면. 결국엔 중기청도 이윤창출을 위해서 단가를 칠거 아닙니까. 마이너스 나면서 하겠어요. SK도 마찬가지고." MRO 사업을 대기업이 하냐 중소기업이 하냐가 문제가 아니라 이익을 남기지 않는 수익구조로 전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동반성장의 걸림돌처럼 취급되고 있는 MRO사업은 불과 10년 전만해도 구매시스템 선진화를 위해 정부가 육성하던 사업입니다. 하지만 일부 MRO업체들이 수수료 구조를 이원화하고 납품단가를 후려쳐 적정수준 이상의 이윤을 남기고, 계열사 외에 공공기관이나 일반기업, 심지어는 개인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면서 문제가 된 것입니다. 결국 사업주체가 대기업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중소기업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어떻게 운영하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깁니다. WOW-TV NEWS 박병연입니다. 박병연기자 by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