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에 따른 금융 공황에도 단기 외화자금 시장은 충격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싱가포르와 홍콩 등에서 거래되는 하루짜리 달러 대출(오버나이트 콜) 금리는 오히려 1주일 전보다 떨어졌다. 다만 장기 외화자금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은 최근 3영업일간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오버나이트 콜 금리는 연 0.15%로 1주일 전 연 0.2%보다 되레 0.05%포인트 하락했다.

서은종 JP모건체이스 상무는 "외화 단기자금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크게 어려워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른바 '머니마켓 크런치(급격한 신용 경색)'는 아니다"고 말했다.

달러자금 조달이 어려운지를 가늠할 수 있는 다른 지표들도 생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1개월물 달러 스와프포인트는 지난 8일보다 10전 하락한 2원30전을 기록했다.

스와프포인트는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값으로 이 값이 낮을수록 달러를 조달하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1개월물 달러 스와프포인트는 이날 장중 한때 20전까지 하락했다가 다시 올라갔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지난 1일(2원65전)보다 35전 하락한 것이지만,본격적으로 주식시장이 폭락한 5일부터는 불과 10전밖에 낮아지지 않았다"며 "단기자금 시장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자금 시장은 얘기가 다르다. 미국의 신용도가 떨어진 데 따른 전 세계적인 신용 리스크 증가가 반영돼 장기자금 조달 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추세다.

원화로 1년 후 달러 선물환을 샀을 때 받을 수 있는 금리는 지난 5일 2.20%에서 8일 2.07%,9일 1.79%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1년 뒤 달러를 확보하기 위한 비용이 비싸지고 있다는 뜻이다.

서 상무는 "지난 3영업일간 1개월물의 경우 10~20bp,3개월은 30~40bp 정도 움직인 데 비해 1년물은 50bp가량 움직였다"며 "시장이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1bp는 0.01%포인트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물량 조달 자체가 쉽지 않다"며 "비드 오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3년 스와프베이시스는 전날보다 13bp 벌어진 195.75bp로 200bp 수준에 근접했다. 스와프베이시스는 환율 변동 위험을 제거하고 얻을 수 있는 차익으로,금융시장이 불안할수록 수치가 높아진다.

한편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통화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137bp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