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하이닉스 등 초대형 인수 · 합병 작업이 암초에 부닥쳤다. 국제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인수 후보군이 자금 조달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을 인수하기 위해 지난 6월 입찰의향서(LOI)를 제출한 MBK파트너스 티스톤파트너스 보고펀드 등 3개 펀드는 인수대금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할 계획이었다. 민유성 티스톤파트너스 회장은 일찌감치 "컨소시엄의 3분의 1은 해외에서 끌어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병주 MBK 회장 역시 LOI 제출 직후부터 줄곧 해외에 머물며 투자유치 활동을 해왔다.

금융계 관계자는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사모펀드들이 동업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들은 사모펀드와 손을 잡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하이닉스 매각작업 역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주가가 급락한 데다 자금조달 면에서도 변수가 생겨서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자금조달 시장이 경색됐기 때문에 SK텔레콤과 STX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TX는 지난달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2500억원을 확보한 데다 최대 3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도 보유 현금이 많다.

이런 와중에 하이닉스 지분 15% 매각방식을 놓고 인수후보업체와 채권단 사이에 견해차가 발생해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SKT와 STX는 하이닉스의 투자 여력 증대를 위해 신주가 많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자금 회수를 위해 구주 비중이 높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채권단 일각에선 구주에만 가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채권단 내에서도 외환은행은 하이닉스를 빨리 매각하기 위해선 인수자의 의지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인 반면 정책금융공사는 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구주 중심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재길/안대규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