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조건에서나 항상 AAA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오바마의 생각은 그러나 오만과 착각일 수도 있다. 사실 그런 원칙은 어디에도 존재하기 어렵다. 미국 재정 여건이 악화되거나 정치 프로세스가 경제위기를 조장할 정도에까지 이른 상황에서 종전과 동일한 등급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엄청난 난센스다. 부채가 급증하고 그것을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신용등급은 하향조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에 대해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그것을 지켜낼 만한 힘과 역량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오바마의 미국은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정치에 대한 위험평가는 그것이 경제원리를 침탈할 가능성에 비례해 조정되는 게 당연한 것이다.
한국의 정치도 외환위기 당시 혹독한 저평가를 받았다. 정당의 대선 후보자들까지 IMF 합의문에 서명해야 했다. 지금 미국 정치가 그런 대접을 받고 있다. 오바마의 반발은 이해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미국 예외주의'식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추락한 미국의 지위를 역설적으로 증거하는 한 장면에 불과하다. 달러의 금태환을 중단시켰던 소위 닉슨쇼크 이후 달러에 대한 의구심이 지금처럼 증폭된 적은 없다. 미국은 이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시장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다. 지금 세계가 걱정하는 것은 미국이 예외주의를 고집할 만한 지위에 걸맞은 국제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속가능한 부채감축안을 만들어 내고 달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지금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