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종의 수익성은 지난 몇 년간 하락 곡선을 그려왔다. 경쟁이 심해진 데다 감독당국의 규제로 인해 운신의 폭도 좁았기 때문이다.

2007년 자본시장법 제정으로 금융투자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지만,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의미있는 변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자본력과 수익구조에서 여전히 차별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을 유인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낮췄지만 이 점이 오히려 경쟁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업계 구조개편이 수익성 회복 열쇠

하지만 올해는 다시금 금융투자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수익성 하락 위험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중기적으로 자산관리자로서 증권사의 역할도 강해질 전망이다. 지난달 발표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한정된 참여자들 사이에서 경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산업의 구조 개편을 촉진할 계기다.

치열한 경쟁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분야의 수익성을 깎는 요소다. 최근 일부 증권사들은 은행 연계계좌 중심으로 수수료 인하 경쟁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파급 효과가 낮아 이 분야의 수익성을 추가적으로 끌어내릴 가능성은 낮다.

2009~2010년 감독당국이 증권사의 보수 인하 정책을 펴면서 수익증권의 평균 판매보수는 하락했다. 최근 평균 판매보수율은 감독당국이 제시한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판매보수 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수익성 하락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코스피지수가 등락을 보이고 있어 올해 증권사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양한 자산관리 가능해질 듯

고객들의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국내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은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소득 증가율 대비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가파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맹신이 20~30대의 젊은 층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을 제외한 주요국 금융자산이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비교해도 국내 금융상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 해외에서는 가계 금융자산을 유치하기 위해 은행,증권,보험 등 모든 권역의 금융회사들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투자 성향이 낮은 국내에서는 이 시장이 은행과 보험권 위주로 성장해 왔다. 증권사들은 주식 직접투자와 수익증권 판매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서비스에서 한계도 컸다.

하지만 2006년 이후 주식형 수익증권이 대중화했고,ELS(주가연계증권)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이 등장하면서 증권사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금융자산의 스펙트럼이 확대됐다. 자산관리 서비스의 토대가 형성된 것이다. 증권사들은 위험도가 높은 주식형 수익증권과 주식형 랩어카운트,위험 중립적인 ELS,위험 회피적인 채권과 환매조건부채권(RP),그리고 지급 결제를 할 수 있는 CMA까지 다양한 위험 성향별로 상품 조합을 할 수 있게 됐다.

향후 헤지펀드 판매가 본격화되면 다양한 금융상품의 조합을 통해 실질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증권사의 금융상품 판매 경쟁력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3조원 자본 규제로 대형사 경쟁력 강화

2012년부터 시행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눈여겨봐야 한다. 주요 내용은 △금융투자산업 활성화 △자본시장 인프라 개혁 △직접금융 및 주총 내실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실효성 강화 등이다. 이 가운데 증권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금융투자산업의 활성화다. 3조원이라는 자본 규제를 통해 새로운 사업의 진입장벽이 세워졌다. 이에 따라 증권산업의 구조 개편과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됐다. 과잉 경쟁으로 거의 모든 영업부문에서 낮은 수익성을 보여온 증권산업이 혁신의 계기를 맞이한 셈이다.

새로운 진입장벽으로 경쟁이 완화된다면 수익성 확보가 가능해진다. 대형사들은 진입장벽으로 진입하지 못한 증권사와 차별화한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다. 이는 2007년 증권사들의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을 유도하고,산업의 구조 개편을 추진하려던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중형 증권사는 자본 확충이나 인수 · 합병(M&A)을 통해 대형사로 진입하거나,특화된 소형사로 남을 수밖에 없다. 증권산업의 구조 개편이 진행될 수 있는 단초다.

오늘날 증권사의 낮은 경쟁력을 감안할 때 향후 금융투자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크다. 하지만 증권사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자본 3조원이 아닌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적 자원의 역량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산업의 질적인 변화는 따라서 점진적으로 꾸준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강승건 < 대신증권 연구원 cygun101@daish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