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맞춤 의료관광이 유행이라는 소식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류가 문화적 콘텐츠를 넘어 실제 산업으로 연계되는 성과를 지켜보며 의료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가져본다. 단순히 시장성으로만 보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대한 문제가 심화되고 있고,건강하게 잘 사는 법은 모든 인류가 고민하는 문제가 아닌가.

얼마 전 한국디지털병원수출조합이 에콰도르에 디지털 병원을 공급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총 2470만달러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향후 한국의 의료시스템까지 수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굴뚝산업에서 IT산업,문화 콘텐츠 산업을 거쳐 선진국이 독점했던 의료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춰 앞으로 국가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겠구나 싶어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술 수출이나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 등 대외적인 산업활성화가 일찍부터 이뤄지지 못했다. 자국민의 복지를 위해 필요한 수준을 넘어 산업 자체의 시장 잠재력에 대한 관심과 통찰이 부족했던 탓이 아닐까 싶다. 유럽 국가들은 앞선 기술력으로 의료기기와 기술을 수출하는 동시에 컨설팅이나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고,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이미 의료관광산업을 상품화해 국가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 업계에서도 병원건설과 정보화,의료서비스,의약품 등을 아우르는 패키지병원 플랜트 수출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이는 의료기관 진출이라는 일차적 수익을 넘어 제약과 의료기기 산업 등 동반 진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전망 있는 분야다. 최근 HT(Health Technology)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국내 의약산업의 활성화와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 문제나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 등을 골자로 한 정책을 추진해 의료산업 글로벌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미 국외로 진출한 국내병원들도 활약이 대단하다. 의료선진국 미국에 최초로 진출한 차병원 그룹은 종합병원 '미국 차병원'을 운영,캘리포니아 주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중국 두바이 카자흐스탄 등 한국 병원이 진출해 있는 나라는 다양하다. 몽골에도 서울송도병원이 진출해 건강검진 내과 외과 등을 운영하는데 한국지멘스도 여기에서 한몫 거들고 있다.

선진 의료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필자가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해외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바라는 것처럼 바이오기술(BT)과 나노기술(NT)을 포괄해 의료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화장품이나 건강상품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토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는 한국 의료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진정한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박현구 < 한국지멘스 헬스케어 총괄대표 hyeongu.park@siemen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