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눈물 흘린 '오리온 부부'
'부부 경영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56)과 이화경 사장(55)이 피고인과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 사장은 시종일관 "지금의 오리온을 있게 한 것은 담 회장의 공로"라며 담 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한창환) 심리로 열린 담 회장의 횡령 등 혐의에 대한 공판에서 이 사장은 예정된 오후 4시보다 늦은 4시50분께 검은색 정장을 입고 법정에 나타났다. 이사장은 "담 회장은 오리온이 글로벌제과 기업이 되기까지 일등 공신"이라며 "그룹의 최대 위기인 지금 담 회장의 경영복귀 기회를 한 번만 주신다면 오리온이 아시아 넘버원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호소했다.

이 사장 측은 법정에서 담 회장의 업적을 강조하는 전략을 썼다. 변호인단은 이 사장 심문을 통해 중국 제과시장에서 오리온의 위상,초코파이 수출국가가 60여개에 달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한 점을 부각시켰다.

이 사장은 변호사 심문이 끝난 뒤 재판부가 '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하자 "남편은 피고인석,나는 증인석에 앉아 있는 지금 이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운을 떼며 10여분간 울음 섞인 목소리로 선처를 호소했다.

이 사장은 "회장은 남편이지만 창업자의 딸과 대주주로서 내가 권한을 더 많이 행사할 때도 있었다. 부부경영 시스템이 자연스레 정착되면서 서로 챙기지 못하는 공백이 생기고 있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동양그룹 창업주 고(故) 이양구 회장의 둘째딸이며 오리온의 최대 주주다.

이 사장은 "조사를 받지 않았으면 몰랐을 부분이기에 검찰에 감사한 마음도 있다"며 "경영과 소유의 분리,투명성 확보,선진 경영시스템 도입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직원 8000명과 그 가족 3만5000명이 담 회장의 경영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기회를 주신다면 나의 모든 걸 걸고 정말 잘하겠다고 약속한다"며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증인석에 앉은 부인의 목소리가 울먹이자 피고석의 담 회장도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검찰의 심문이 끝난 뒤 재판부는 "오리온이라는 기업의 이미지,해외 시장에서의 선전 등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나 준법경영 실천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꼬집자 이 사장은 "통감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담 회장을 회사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74억원을 정해진 용도와 다르게 사용,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 6월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 사장도 소환조사했지만 이 사장이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고 남편이 구속된 점 등을 고려해 입건유예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