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58)을 서울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본사에서 만난 것은 지난 5일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미국발(發) 더블딥(일시 회복 후 재침체) 우려로 74.72포인트(3.70%) 하락한 1943.74로 마감했다. '증시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로 어두운 표정이 아닐까' 예상했지만 황 사장은 인터뷰 내내 비교적 덤덤한 모습이었다. 최근의 충격에 대해서도 "미국 더블딥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며 증시 급락의 요인은 심리적인 측면이 크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황 사장이 이날 보여준 자신감은 취임 3년차에 접어들면서 회사가 안정궤도에 들어섰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투자증권은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운용 손실로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1분기 순이익이 11.0% 감소했다. 하지만 투자은행(IB) · 리테일 · 트레이딩 등 회사의 영업 역량에 실적이 좌우되는 부문들은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황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임직원들에게 강조해 온 '1등 정신'이 이제 성과를 내는 것 같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한국형 IB가 본격적으로 출범하게 되면 우리투자증권이 '아시아 넘버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프라임브로커 업무 등 IB 업무를 영위할 수 있는 증권회사의 기준을 '자본금 3조원 이상'으로 확정했습니다. 우리투자증권은 2011 회계연도 1분기 말 기준으로 자본금이 2조6000억원 수준입니다만.

"이익 유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한 다각도의 자본 확충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주사의 지원 의지도 강한 편입니다. 다만 현재 자본금 2조~3조원인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에 불과할 정도로 자본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과도한 자본 확충에 나서는 건 비효율성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금융투자산업의 업무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이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규제 완화 등 적극적인 발상 전환에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 "

▼연내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에 맞춰 프라임브로커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시행하기 위한 준비는 잘 진행하고 있습니까.

"헤지펀드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헤지펀드 운용,프라임브로커 서비스,상품 개발 및 판매 등 주요 분야별로 철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관련 금융투자상품을 헤지펀드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는 대안투자(AI)그룹을 떼어내 헤지펀드 운용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이 자회사에서 절대수익 추구형 헤지펀드를 선보일 것입니다. 프라임브로커 서비스는 2007년 국내에서 최초로 전담조직인 프라임서비스 그룹을 설립해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법 시행과 동시에 프라임브로커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관련 인적 · 물적 인프라 구축도 진행 중입니다. 세계적 헤지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싱가포르 테마섹 자회사인 플러튼펀드매니지먼트,도이치뱅크 등과의 제휴를 통해 재간접 헤지펀드를 선보여 왔으며,앞으로도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라인업의 상품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

▼기업금융 분야가 강한 우리은행과 협력하면 시너지가 날 것 같은데,계열사들과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전략이 있습니까.

"올해 최대 기업 인수 · 합병(M&A)딜이었던 현대건설 매각 자문은 우리금융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 대표적인 성공사례입니다. 우리은행은 현대건설 지분 7.46%를 보유하고 있던 채권단 대표였습니다. 성공적인 회사 매각을 위해 우리은행 기업개선단은 우리투자증권 M&A팀에 협업을 제안했고,양사 간 적극적인 협력으로 매각대금 4조9600억원대 초대형 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룹 계열사 간 공조체제를 강화해 기업 고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메이저 증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까.

"인재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글로벌 증권사들보다 먼저 확보해야 하고,충분한 성과 평가 및 보상체계가 필요합니다. 이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수한 인재를 글로벌 투자은행에 빼앗기고 있는 현재 상황을 반전시키지 않는 한 그들과 동등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는 없습니다. "

▼최근 우리투자증권 전 직원이 참가하고 있는 '원두(OneDo)' 캠프라는 교육 프로그램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원두(OneDo)'는 우리금융그룹 전 계열사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혁신활동입니다. 개개인의 창의적인 사고와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저비용 · 고효율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우리투자증권은 그룹의 혁신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과 동시에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선 경영진부터 혁신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분위기를 선도하기 위해 원두혁신 우수활동자와의 간담회,우수과제에 대한 CEO 직접심사 등의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

▼최근 글로벌 사업부를 홍콩법인에 전진 배치해 중화권 사업영역을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전 세계 금융회사와 자본이 홍콩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과의 연계성 때문이죠.이런 시장환경 변화는 한국 금융회사들에도 홍콩시장에서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투자증권도 홍콩 및 중국을 중심으로 금융투자업 전 부문에 걸쳐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주식 채권영업 등에 한정돼 있는 사업영역을 어드바이저리 및 상품 부문으로 다양화시킬 계획입니다. "

▼우리투자증권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입니까.

"'종합 1등 금융투자회사'입니다. 우리투자증권이 추구하는 종합 1등 금융투자회사는 고객에게 최적화한 투자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의 재산 보호와 증식에 이바지하는 회사를 뜻합니다. 이를 위해 균형 있는 수익구조를 만들어 기업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 금융회사를 예로 들면 세일즈 부문에 강점을 가진 BOA메릴린치와 IB 및 트레이딩 부문에서 대부분 수익을 창출하는 골드만삭스의 중간 모델입니다. 세일즈와 IB,트레이딩 부문이 30% 정도씩 균형있는 비율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