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외화조달,연말까지는 문제없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속보]“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때하고는 아주 다르다.신용경색 상황이 지속되더라도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다.”(손무일 신한은행 자금부장)
8일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금융시장이 혼란해지자 시중은행들은 잇달아 긴급 회의를 열어 자산운용 전략과 자금조달 계획 등을 점검했다.
이들은 그러나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당장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금융위기 이후 비교적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며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시로 해 왔고,채권·환율시장이 주식시장에 비해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과 다르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과 금융지주회사들은 8일 오전부터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긴급 회의를 열었다.신한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련 위원회에서 앞으로의 경영전략을 점검하고 투자 패턴 조정을 검토했다”고 말했다.이성돈 국민은행 자본시장본부장도 “주식과 채권 등 투자 비중을 다소 조정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번 사태는 리먼브라더스 파산 때보다 훨씬 충격이 덜할 것으로 보고 있다.“적어도 연말까지는 괜찮다”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미리미리 외화자금을 조달해 둔 덕이 크다고 했다.
이원덕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리먼 파산 때는 달러를 빌리지 못해 쩔쩔맸지만,지금은 남는 달러자산을 굴리기 위해 콜시장에서 돈을 빌려주는 쪽인 만큼 당분간 외화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국민은행 이 본부장도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지난달까지 사무라이본드 등을 통해 최소 수천억원대 장기자금을 조달한 상태여서 당장 위기가 오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종규 KB금융 부사장은 “외화유동성 지도기준이 단기 차입금액은 85%,중·장기는 100%인데 국민은행의 경우 단기는 105% 안팎,중·장기는 140% 수준으로 ‘쿠션’이 20~40%포인트는 된다”고 밝혔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6개 국내은행의 7월 중장기차입 만기연장비율(차환율)은 6월보다 79.4%포인트나 높아진 190%에 이르렀다.이주형 금감원 외환감독국장은 “차환율이 190%라는 것은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액을 100% 만기 연장했을 뿐 아니라 90%만큼 더 빌렸다는 것”이라며 “미리 돈을 확보해 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국내은행은 3개월치 외화유동성이 이미 확보된 상태고 금융당국 주도로 신용경색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매주 진행되고 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이날 오전 “은행 외화유동성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개선됐다”며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한국은행 관계자 역시 “국내 은행들의 외화차입이나 만기연장(롤오버)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외화자금 시장 변동 작아
주식시장은 폭락했지만 채권·환율시장의 변동이 크지 않았던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이날 국고채 5~20년물은 0.04~0.05%포인트 금리가 올랐지만(채권가격 하락),1년물(3.53%)은 0.02%포인트,3년물(3.60%)은 0.01%포인트 금리가 오히려 떨어졌다(채권가격 상승).환율은 15원10전 오른 1082원50전에 마감했다.
각종 외환시장 지표들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달러스와프포인트(1개월물)는 지난 1일 2원65전에서 지난 5일 2원40전으로 떨어진 후 8일까지 변동이 없다.스와프포인트는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값으로,낮을수록 원화로 달러를 살 때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은행과 외국은행들이 각각 CD금리와 리보금리로 조달한 원화와 달러화를 교환할 때 금리차를 뜻하는 베이시스스와프(1년물)는 8일 48bp 오른 178bp를 기록했다.수출입은행 관계자는 “8일 하루동안 변동이 크긴 했지만 이 정도는 작년 연말 200bp보다도 낮은 수치”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손 부장은 “외화자금 조달금리는 평균적으로 10bp(0.1%포인트) 가량 오른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정도라면 큰 임팩트가 없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장기자금 시장 경색 우려도
하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이 지속될 경우 국내 금융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은행 국내지점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이 그렇게 만만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세계적으로 여기저기서 폭탄이 터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리보금리가 급등하는 등 장기자금 조달 시장에 영향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최성환 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장도 “미국 시장과의 시차 때문에 9일 새벽까지 미국 증시 변화와 달러 리보금리,미 국채금리 등을 지켜봐야 이번 쇼크가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갖는 것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8일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금융시장이 혼란해지자 시중은행들은 잇달아 긴급 회의를 열어 자산운용 전략과 자금조달 계획 등을 점검했다.
이들은 그러나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당장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금융위기 이후 비교적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며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시로 해 왔고,채권·환율시장이 주식시장에 비해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과 다르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과 금융지주회사들은 8일 오전부터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긴급 회의를 열었다.신한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련 위원회에서 앞으로의 경영전략을 점검하고 투자 패턴 조정을 검토했다”고 말했다.이성돈 국민은행 자본시장본부장도 “주식과 채권 등 투자 비중을 다소 조정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번 사태는 리먼브라더스 파산 때보다 훨씬 충격이 덜할 것으로 보고 있다.“적어도 연말까지는 괜찮다”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미리미리 외화자금을 조달해 둔 덕이 크다고 했다.
이원덕 우리은행 자금부장은 “리먼 파산 때는 달러를 빌리지 못해 쩔쩔맸지만,지금은 남는 달러자산을 굴리기 위해 콜시장에서 돈을 빌려주는 쪽인 만큼 당분간 외화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국민은행 이 본부장도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지난달까지 사무라이본드 등을 통해 최소 수천억원대 장기자금을 조달한 상태여서 당장 위기가 오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종규 KB금융 부사장은 “외화유동성 지도기준이 단기 차입금액은 85%,중·장기는 100%인데 국민은행의 경우 단기는 105% 안팎,중·장기는 140% 수준으로 ‘쿠션’이 20~40%포인트는 된다”고 밝혔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6개 국내은행의 7월 중장기차입 만기연장비율(차환율)은 6월보다 79.4%포인트나 높아진 190%에 이르렀다.이주형 금감원 외환감독국장은 “차환율이 190%라는 것은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액을 100% 만기 연장했을 뿐 아니라 90%만큼 더 빌렸다는 것”이라며 “미리 돈을 확보해 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국내은행은 3개월치 외화유동성이 이미 확보된 상태고 금융당국 주도로 신용경색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매주 진행되고 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이날 오전 “은행 외화유동성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개선됐다”며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한국은행 관계자 역시 “국내 은행들의 외화차입이나 만기연장(롤오버)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외화자금 시장 변동 작아
주식시장은 폭락했지만 채권·환율시장의 변동이 크지 않았던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이날 국고채 5~20년물은 0.04~0.05%포인트 금리가 올랐지만(채권가격 하락),1년물(3.53%)은 0.02%포인트,3년물(3.60%)은 0.01%포인트 금리가 오히려 떨어졌다(채권가격 상승).환율은 15원10전 오른 1082원50전에 마감했다.
각종 외환시장 지표들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달러스와프포인트(1개월물)는 지난 1일 2원65전에서 지난 5일 2원40전으로 떨어진 후 8일까지 변동이 없다.스와프포인트는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값으로,낮을수록 원화로 달러를 살 때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은행과 외국은행들이 각각 CD금리와 리보금리로 조달한 원화와 달러화를 교환할 때 금리차를 뜻하는 베이시스스와프(1년물)는 8일 48bp 오른 178bp를 기록했다.수출입은행 관계자는 “8일 하루동안 변동이 크긴 했지만 이 정도는 작년 연말 200bp보다도 낮은 수치”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손 부장은 “외화자금 조달금리는 평균적으로 10bp(0.1%포인트) 가량 오른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정도라면 큰 임팩트가 없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장기자금 시장 경색 우려도
하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이 지속될 경우 국내 금융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은행 국내지점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이 그렇게 만만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세계적으로 여기저기서 폭탄이 터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리보금리가 급등하는 등 장기자금 조달 시장에 영향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최성환 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장도 “미국 시장과의 시차 때문에 9일 새벽까지 미국 증시 변화와 달러 리보금리,미 국채금리 등을 지켜봐야 이번 쇼크가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갖는 것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