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A씨는 7일 잠을 설치다시피했다. 지난 5일 코스피지수가 급락하자 '바닥'으로 보고 나름대로 거액을 투자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자 잠을 이루지 못했다.

8일 오전 9시.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시초가를 지켜보던 A씨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코스피지수는 1.39%하락한 1916.57로 출발했다. 오전 9시24분께는 1939.92까지 낙폭을 줄이기도 했다. 기회다 싶어 단기급락한 화학주에 현금을 더 태웠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공포에 질렸다. 143.75포인트 밀려 1800.00까지 추락했던 것.부랴부랴 일부를 현금화했다. 그러자 주가는 다시 반등해 1869.45에 장을 마쳤다. 출렁이는 주가에 따라 A씨의 가슴도 새까맣게 타들어간 하루였다.

◆하루 변동폭만 139.92포인트

A씨의 체험대로 이날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오전만해도 안도감이 컸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포가 지배했다. 코스피지수는 오후 1시30분 1800.00까지 추락했다. 이때 낙폭 143.75포인트는 사상 최대였다. 장중 고가(1939.92)와의 차이도 139.92포인트에 달했다. 코스닥지수는 오후 1시10분 51.61포인트(10.41%) 급락,역대 5번째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코스피200선물지수가 5.52% 빠지면서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장 초반만해도 반등에 대한 기대가 없진 않았다. 상황이 급반전된 건 오전 11시경부터.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4% 넘게 급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지수는 11시30분경 낙폭을 3%대로 확대했다. 정오가 넘어가면서부터는 개인의 투매성 매물이 쏟아졌다. 정오 경 1044억원에 불과했던 개인 순매도 규모는 12시30분경 1436억원,오후 1시 1949억원,2시 4731억원,3시 7333억원으로 폭증하면서 주가를 끌어 내렸다. 한 증권사 주식운용담당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받은 대출 담보용 주식이 오후장 들어 반대매매에 걸려 매물로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1시경부턴 프랑스도 신용등급이 곧 강등될 것이란 소문도 돌았지만 연기금 자산운용 등이 개인 투매 매물을 받아내면서 오후 1시30분경부턴 반등에 나섰다"고 풀이했다.


◆금융위기 때보다 나쁜 투자심리

코스피지수는 이날 3.82% 하락함에 따라 국내 증시는 2일부터 닷새 연속 급락장을 이어가게 됐다. 코스피지수가 5일 연속 2% 넘게 하락한 날이 지속된 것은 이번이 국내 증시 사상 처음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현재 증시의 투자 심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나쁘다는 평가도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불안이 정점에 달했던 2008년 10월엔 하루에 7~10% 떨어진 날도 있었지만 2~4일간 투매가 발생한 뒤 1~2일간은 기술적 반등이 있었다.

이동섭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미국의 모기지론 부실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스템 마비 등 주가가 떨어지는 정확한 원인이 있었지만 지금은 남유럽 재정위기,세계 경제 침체 우려 등 악재는 쏟아져도 이들이 실제로 현실화될지,그렇다면 세계 경제 등에 얼마나 악영향을 줄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만 증폭되면서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