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지배한 '검은 월요일'이었다.

8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4.30포인트(3.82%) 급락한 1869.45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9일(1857.32)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도 6% 이상 급락했고, 장중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더블딥(이중침체)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닷새째 급락, 1860선으로 추락했다. 올 들어 처음으로 1900선 아래에서 장을 마쳐 연저점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닷새째 매도 우위 기조를 이어간 상황에서 공포를 이기지 못한 개인이 '팔자'에 나서 지수는 장중 7% 넘게 폭락, 1800선까지 곤두박질쳤다. 2009년 1월15일 이후 처음으로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5일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한 가운데 코스피지수는 1910선으로 물러나 장을 출발했다. 주요 7개국(G7) 공조 덕에 장 초반 낙폭을 줄이는 듯 했던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매물 확대와 개인의 공포 매물 출회 여파로 재차 낙폭을 키웠다.

장 초반엔 외국인이 코스피지수 하락을 이끌었으나 오후 들어 개인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지수가 1800선으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지수는 한때 1800.00(-7.40%)까지 추락,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이후 장중 최대 낙폭으로 떨어졌다.

2년 여 만에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선물시장이 5% 이상 하락하는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서 오후 1시23분 유가증권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이후 5분간 유가증권시장의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정지됐다.

코스피지수는 끝내 전 거래일(-3.70%)에 이어 3% 넘게 밀려 장을 마감, 2009년 11월27일(-4.69%) 두바이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사태로 증시가 폭락한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외국인이 오후 들어 매도 규모를 눈에 띄게 줄여 784억원 매도 우위로 장을 마감했다. 개인은 733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관이 643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사자'에 나선 가운데 비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됐다. 차익거래는 590억원, 비차익거래의 경우 4665억원 순매수를 기록해 전체 프로그램은 5255억원 매수 우위로 집계됐다.

전 업종이 급락한 가운데 증권업종이 6% 넘게 추락했다. 은행, 기계, 의료정밀이 5% 넘게 빠졌고, 전기전자, 화학, 운수장비 업종도 3∼4%대 급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시총 1∼100위권 종목들 가운데 오른 종목은 금호석유, 현대위아, 영풍 등 3개에 그쳤다. 52주 신저가 종목이 237개에 달했다.

유가증권시장 하락 종목수는 하한가 18개 등 835개로 집계됐다. 상승 종목 수는 상한가 11개 등 62개에 불과했고, 16개 종목은 보합을 나타냈다.

코스닥지수도 6% 넘게 폭락했다. 장중 10% 이상 급락세가 1분간 지속되면서 역대 다섯번째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2.86포인트(6.63%) 폭락한 462.69로 장을 마감했다. 닷새 연속 급락세다.

외국인이 33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해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178억원, 46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대부분 업종이 폭락했다. 10% 넘게 밀린 운송을 비롯해 소프트웨어, 통신서비스, 일반전기전자, 기계장비, 의료·정밀기기 등이 7~8%대 미끄러졌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줄줄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총 100위권 내에서는 단 9개 종목을 제외하고 일제히 뒷걸음질쳤다.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제이씨케미칼은 하한가로 추락했다. 다만 1만3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덕에 공모가(7200원)는 웃돌았다.

코스닥시장 상승종목은 상한가 8개를 비롯한 76개에 불과했다. 하한가 78개 등 931개 종목은 내렸고, 9개 종목은 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증시 하락 등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5거래일째 상승, 1080원선으로 올라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10원(1.41%) 급등한 1082.5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증권업계에선 시장을 공포가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매에 동참하기 보다는 일단 관망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미 달러화 신용이 강등되고 금리가 급등하면서 리세션(경기후퇴) 등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지만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미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부정적인 소식임은 분명하지만 위기를 증폭할 만한 이벤트도 아니다"며 "지금은 오버슈팅(과매도) 구간"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800~1850 근처가 코스피지수의 1차적인 바닥이 될 것"이라며 "손절매를 하려면 지금 팔기보다 저점 기록 후 반등하는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김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