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에 대해 주요 국가들은 자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당장 미 국채와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 채권국인 중국은 미국 정부에 신뢰할 만한 자구책과 달러자산 안정 조치를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중국은 이날 정부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관영언론과 전문가들이 나서 미국의 책임있는 자세를 강력히 요구했다. 신화통신은 "중국은 최대 채권국가로서 미국에 달러자산 안정화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미국은 채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비와 사회보장비 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통신은 또 "국제사회가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통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쭤샤오레이 은허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경보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가 발행했던 통화팽창에 따라 수익률이 변동하는 채권을 미국도 발행해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상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은 강력한 재정지출 삭감정책을 펴야 한다"며 "돈이 모자라면 시장을 과감하게 개방해 외국자금의 직접투자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라"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 엔화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치다 미노루 미쓰비시UFJ은행 수석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엔화를 되사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엔화 가치가 역대 최고치에 다시 근접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다음주 중 다시 시장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사히신문은 "신용등급 하락은 곧 달러 몰락의 서곡"이라며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유럽의 재정위기를 확대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상당수의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며 여전히 미국 경제에 신뢰를 보냈다. 빈스 케이블 영국 상무장관은 "달러는 여전히 중요한 기축통화"라며 "미국은 지금 정상궤도에 다시 올라섰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스토르차크 러시아 재무차관은 "신용등급 하락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무시해도 된다"며 "미 국채에 의존하는 투자전략을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베이징=김태완/도쿄=안재석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