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지금이 대기업 때릴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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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함정에 빠진 세계 경제…양극화 주범論은 이미지 조작
한국은 2008년 몰아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성공적으로 극복해냈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에도 플러스 성장률(0.3%)을 지켜냈고,이듬해에는 6.2%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지금 새롭게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위기도 우리는 큰 어려움 없이 극복할 수 있을까.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은행 등 민간부문이 문제였다. 지금은 미국 유럽 등 각국의 정부가 골칫거리다. 민간의 빚더미 거품을 제거하는 수술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새 환자가 수술대에 오른 셈이다. 문제는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의 정책금리는 0% 수준이다. 재정도 매우 취약하다.
세계 경제는 지금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함정에 빠져 있다. 실질금리를 더 낮추려면 돈을 더 찍어내는 인플레이션 유발정책밖에 없다. 실제로 그렇게 갈 가능성이 크다. 돈 가치를 떨어뜨려서라도 국가부채와 가계빚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물자산이 거의 없는 노동자들과 이자수입에 의존하는 퇴직자들의 고통이 커지면서 실물경제가 극도로 침체되고,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적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의 눈부신 성장이 '나의 생활과는 관계가 없고 오히려 박탈감만 키운다'는 식의 여론몰이가 정치권과 정부,일부 언론에서 횡행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굴지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한 것에 대한 '안티 테제'로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되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한국 경제사를 돌이켜보면 눈부신 성장을 이룬 직후 예외없이 거센 분배요구와 정치 · 사회적 압력에 직면했다. 예컨대 1979년 YH무역 농성사태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노동운동이 분출했던 때는 1976년부터 1978년까지 매년 10%대 성장을 이뤄낸 직후였다. YH사태와 10 · 26사태가 잇따른 것은 '한강의 기적'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1980년대 말도 마찬가지였다. 중공업이 집중적으로 발전한 울산 같은 곳에서 노동자 대투쟁이 벌어졌다. 1986년부터 1988년의'3저 호황' 직후였다. 경제 개발이 시작된 이후 딱 두 번 있었던 '3년 연속 10%대 경제성장' 신화는 이처럼 갈등의 폭발로 이어졌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정치권의 과격한 복지 확대 요구와 노동계 투쟁도 '성장통'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정치권과 노동계뿐만 아니라 보수 정당을 자처하는 여당과 정부에서마저 '대기업들이 양극화의 주범'인 것처럼 이미지 조작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가를 절감하려는 대기업들의 정당한 노력마저 중소기업 후려치기로 매도하고,과도한 일감 몰아주기로 부(富)의 세습을 일삼는다는 식으로 공격하고,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한 대기업 임원의 월급도 문제라는 식으로 간섭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기대 이상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성공의 가치가 역설적으로 무시당하는 사태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재발하고 있는 요즘 위험천만한 일이다. 경제위기를 돌파할 주역은 누가 뭐래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들밖에 없다. 지난 50여년간 지속적인 경제 발전으로 공기처럼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 성장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우칠 필요가 있다.
현승윤 경제부장 hyunsy@hankyung.com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은행 등 민간부문이 문제였다. 지금은 미국 유럽 등 각국의 정부가 골칫거리다. 민간의 빚더미 거품을 제거하는 수술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새 환자가 수술대에 오른 셈이다. 문제는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의 정책금리는 0% 수준이다. 재정도 매우 취약하다.
세계 경제는 지금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함정에 빠져 있다. 실질금리를 더 낮추려면 돈을 더 찍어내는 인플레이션 유발정책밖에 없다. 실제로 그렇게 갈 가능성이 크다. 돈 가치를 떨어뜨려서라도 국가부채와 가계빚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물자산이 거의 없는 노동자들과 이자수입에 의존하는 퇴직자들의 고통이 커지면서 실물경제가 극도로 침체되고,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적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의 눈부신 성장이 '나의 생활과는 관계가 없고 오히려 박탈감만 키운다'는 식의 여론몰이가 정치권과 정부,일부 언론에서 횡행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굴지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한 것에 대한 '안티 테제'로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되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한국 경제사를 돌이켜보면 눈부신 성장을 이룬 직후 예외없이 거센 분배요구와 정치 · 사회적 압력에 직면했다. 예컨대 1979년 YH무역 농성사태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노동운동이 분출했던 때는 1976년부터 1978년까지 매년 10%대 성장을 이뤄낸 직후였다. YH사태와 10 · 26사태가 잇따른 것은 '한강의 기적'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1980년대 말도 마찬가지였다. 중공업이 집중적으로 발전한 울산 같은 곳에서 노동자 대투쟁이 벌어졌다. 1986년부터 1988년의'3저 호황' 직후였다. 경제 개발이 시작된 이후 딱 두 번 있었던 '3년 연속 10%대 경제성장' 신화는 이처럼 갈등의 폭발로 이어졌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정치권의 과격한 복지 확대 요구와 노동계 투쟁도 '성장통'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정치권과 노동계뿐만 아니라 보수 정당을 자처하는 여당과 정부에서마저 '대기업들이 양극화의 주범'인 것처럼 이미지 조작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가를 절감하려는 대기업들의 정당한 노력마저 중소기업 후려치기로 매도하고,과도한 일감 몰아주기로 부(富)의 세습을 일삼는다는 식으로 공격하고,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한 대기업 임원의 월급도 문제라는 식으로 간섭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기대 이상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성공의 가치가 역설적으로 무시당하는 사태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재발하고 있는 요즘 위험천만한 일이다. 경제위기를 돌파할 주역은 누가 뭐래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들밖에 없다. 지난 50여년간 지속적인 경제 발전으로 공기처럼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 성장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우칠 필요가 있다.
현승윤 경제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