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어린 아이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것 중 하나는 사진 찍기이다. 성인이 되면서 가장 먼저 고가의 물품으로 구입하는 것 중 하나가 사진기이며,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또한, 누구나 한번쯤 예술작가가 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는 장르도 사진이다. 이렇게 사진이 대중화되면서 가장 고민이 많아지는 사람은 사진작가일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사진작가는 얼마나 고민이 많을까 생각해 본다. 이번 주는 무더운 여름, 쾌적하게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 하나를 소개하고 한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는 전시를 지난 7월 6일부터 오는 8월 22일까지 진행 중에 있다. 11층 푸드 코트의 왁자지껄한 모습하고는 전혀 다른 12층의 갤러리 전경은 조용히 전시를 관람하는 몇몇 사람이 보일 뿐이다. 사진작가 구본창과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 야마구치 노부히로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구본창의 사진과 소품, 야마구치 노부히로의 그래픽 작업과 소품으로 구성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전시이다. 구본창은 한국 현대사진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이며 야마구치 노부히로는 일본의 전통적인 종이 접기를 현대 생활에 전개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다양한 디자인 서적은 물론 잡지와 전시의 아트디렉터이기도 하다. 이 두 사람은 일본에서 출간된 구본창의 작품집 디자인을 계기로 현재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전시는 구본창과 야마구치 노부히로의 인연으로부터 탄생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이들이 서로에게 매료되었던 인위적이지 않은 아름다움과 간결함, 절제, 그리고 단아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시의 공통된 소재는 책과 사물이다. 구본창은 서서히 녹아 사라진 비누의 소멸의 흔적이 담긴 담담한 사진들을 선보인다. 야마구치 노부히로는 구본창의 비누 책을 포함하여 사물이 주로 등장하는 책을 디자인 하면서 다시 한번 사물과 책을 포장한 새로운 오브제 작업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주변의 폐지를 사용해서 소일거리로 봉투를 접어 만든 어느 평범한 할아버지의 무표정한 봉투시리즈도 그가 작업한 책 중의 하나이다. 이 둘은 사진과 디자인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이지만 우리가 미처 눈여겨보지 못한 주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기억을 담아낸다는 점에서는 서로 닮아있다. 구본창의 비누시리즈 작품이 실제로 보니 매우 아름다운 보석처럼 느껴졌는데 시간과 함께 그 생명을 다해가는 비누조각의 흔적을 통해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평범함과 시간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과 사유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한 사진들은 피사체였던 실제 비누와 함께 제시됨으로써 사물의 실존을 직접 확인시키며, 이들은 또 다시 야마구치 노부히로의 소품과 디자인에 의해 다시 한번 보여지면서,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다층적인 시각적 접근을 가능케 했다. 展은 모든 것이 빨리 변하는 우리 삶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또한 평범한 우리의 일상과 주변사람들이 구본창의 비누작품처럼 보석같이 소중하다는 은은한 메시지가 전해진다. 누군가가 백화점에 왔다가 우연히 마주친 이 전시에서 마음의 휴식을 잠깐 동안이나마 느끼고 돌아간다면 이 여름을 식혀주는 좋은 피서지에 왔다 간 기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전시일정 : 2011.07.06(수) ~ 08.22(월) * 참여작가 : 구본창(Koo Bohnchang/具本昌) 야마구치 노부히로(Yamaguchi Nobuhiro/山口信傳) * 전시장소 :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신세계갤러리(12F) 인터넷뉴스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