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처리 절차는 한국과 다소 차이가 있다. 한국은 FTA 비준동의안과 FTA 이행 관련 법률안의 처리가 별개로 진행된다. 하지만 미국은 별도의 비준동의안 없이 행정부가 협정문과 FTA 이행 관련 법률안을 하나로 묶은 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상 · 하원 표결을 통해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은 통상절차에 관한 법률이 없어 한 · 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시한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반면 미국은 이행법률안 제출 뒤 90일 이내에 심의 · 표결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이행법안 제출 시점을 기준으로 하원 세입위원회 심의는 45일 이내에,하원 본회의 표결은 60일 이내,상원 재무위원회 심의는 75일 이내,상원 본회의 표결은 90일 이내에 각각 이뤄지게 된다. 상 · 하원 표결로 통과된 이행법안이 대통령에게 다시 전달되면 대통령은 거부 없이 법안에 서명,법률로 최종 확정된다.

처리 시한인 90일은 의회가 열리는 회기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달력상 90일보다 다소 시일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미 의회가 FTA 비준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90일 시한을 모두 사용한 적은 없다. 미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FTA의 의회 처리 기간은 최소 7일에서 최대 68일(달력일 기준)이다. 2004년 호주와 맺은 FTA는 이행법안 제출일부터 상원 통과까지 9일이 소요됐고 2007년 페루와 맺은 FTA는 68일이 걸렸다. 이에 비춰볼 때 미 의회의 한 · 미 FTA 이행법안 처리는 아무리 늦어져도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미 의회는 90일이란 처리 시한을 지켜야 하는 만큼 행정부가 의회에 이행법안을 제출하는 것 자체가 FTA 비준을 위한 보증수표나 다름없다"며 "정치권 반대로 비준안의 상임위원회 심의부터 무기한 지연되고 있는 한국 국회와는 절차상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