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공격적인 국내 채권 매입은 시장금리를 하락(채권가격 상승)시키면서 한국은행의 정책금리(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

2일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지난해 7월 초 연 2%에서 최근 3.25%까지 오르는 동안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연 4.00%로 되레 0.38%포인트 떨어졌다.

외국인의 '입맛' 변화에 따라 장 · 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올 들어 집중적으로 사들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떨어지고,비중을 줄인 통화안정증권 2년물 금리는 상승하면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은 '기현상'이 6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채권시장에선 올초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장기금리의 눌림현상을 한은 총재의 이름을 따 '김중수 수수께끼'라고 부르기도 한다. 2005년 2월 당시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엇갈린 움직임을 수수께끼라고 언급한 데서 붙여진 '그린스펀 수수께끼'의 한국판 명칭이다.

한은은 정책금리 변화에 무덤덤한 장기금리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 '약발'이 먹히지 않으면서 소비자물가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