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은 시간당 100㎜가 넘게 쏟아진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우면산 산사태가 주먹구구식 도시 난개발이 불러온 '인재(人災)'였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는 우면산이 산사태 우려가 있는 위험지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어떤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침수 피해를 입은 도로와 아파트,지하철역 모두 충분히 사전 예방이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재난 방지에 중점을 둔 대대적인 도시 리모델링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안전 위주의 리모델링 필요

서울시에 따르면 집중호우 때 산사태 우려가 있는 도심 산들의 절개지가 71곳에 달한다. 관악산과 인접한 관악구에 12개,인왕산 인근의 서대문구에 9개가 있다. 서울시는 절개지의 위험도를 A · B · C · D 등급 등으로 구분해 관리하는데 D등급이 가장 위험한 곳이다. 우면산은 위험 지역인 C등급에 속해 있다.

하지만 시는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등산로를 확장하기 위해 우면산을 깎아내고 계곡과 물줄기를 바꾸는 등 난개발을 일삼았다. "배수를 고려하지 않은 난개발이 이번 참사를 가져왔다"(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종진 전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될 경우 개발사업 승인을 유보할 수 있도록 건축법 등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 밑에 세워진 아파트의 경우 1층을 주택공간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상준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면산은 사유지 비중이 높아 관재시설 설치 등 방재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산사태 위험이 큰 지역은 국가가 나서 토지를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지을 때도 방재 고려해야

선진국들은 아파트 단지 등을 설계할 때부터 빗물 저장시설이나 침수방지시설을 넣어 침수 피해를 방지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녹지도 환경 · 조경 차원에서 조성될 뿐 방재기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파트 등 민간시설의 경우 자양동 스타시티 등 일부를 제외하면 빗물 저장고가 설치된 곳은 찾기 힘들다. 이 때문에 수해방지대책이 공공시설뿐 아니라 민간시설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우배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은 도시지역에 근린공원을 조성할 때 공원을 오목한 형태로 만들어 집중호우에 따른 빗물을 임시로 가둬두는 기능까지 겸하도록 하고 있다"며 "도시 · 국토계획 차원에서 재해방지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도 "지금까지는 아파트 단지 자연경관을 조성할 때 방재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며 "미관뿐 아니라 안전을 고려해야 하는 기능성 조경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침수 위험이 높은 지하철역도 인근 배수시설 용량을 강화하는 등 방재시설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9월 폭우로 지하철역이 침수되자 각 출입구 턱을 높이고,2단으로 된 70㎝ 높이의 물막이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번 집중호우로 2호선 사당역에 또다시 물이 넘쳐 출입구가 한때 통제되기도 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집중 호우에 대비해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의 배수를 원활하게 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