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부처에서 기관장 임명을 강행하면 우리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요. "(기획재정부 관계자)

기획재정부는 1984년부터 매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과 함께 공공기관 100여곳을 대상으로 경영평가를 실시해왔다. 평가 결과가 나쁜 곳에 대해선 기관장 해임 건의나 경고 조치를 내린다.

하지만 이 조치는 건의사항일 뿐 강제조항은 아니다. 관계법률상 강제의무가 없기 때문에 해당부처 장관에게 권고하는 수준이라는 게 평가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권고조치라지만 2008년 이후 현 정부에서 실시된 평가에서 해임건의를 받은 8개 기관 모두 기관장이 중도 사퇴했다. 해임 권고까지 아니어도 경고를 받은 41개 기관 중 기관장이 연임된 적은 지난달 29일 전까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해당 부처에서 여론을 의식해 (해임건의나 경고를 받은) 기관장을 함부로 연임시키는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록은 환경부가 지난달 29일 산하 공공기관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에 조춘구 현 사장을 연임시키면서 깨졌다. 조 사장은 지난 5월 '2010년 공공기관장 경영평가'에서 사실상 낙제등급인 '미흡'(D등급 · 50~60점)을 받아 '기관장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조 사장의 연임을 놓고 환경부 내부에서도 말이 많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 사장에 대한 논란은 환경부에선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며 "장관이 어떤 생각으로 조 사장의 연임을 최종 결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조 사장이 이른바 '고 · 소 · 영' 인맥에 포함되는 데다 2007년 대선 때 활동경력이 연임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후문도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환경부는 조 사장이 수도권매립지의 각종 현안과 지역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돼 기관장에 재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환경부의 해명은 정부가 지난 5월 매긴 '공공기관장 경영평가'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올해 경영평가를 담당했던 자문단 관계자도 "(환경부가) 기관장 경고를 받은 사람을 재선임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인사는 만사(萬事)라고 한다. 때로는 망사(亡事)가 될 수도 있다. 조 사장 연임은 어느 쪽일까.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