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 中企와 상생은 남의 일?… 새 전력시스템 대기업 발주 추진
국내 전력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전력거래소(이하 전력거래소)가 새로운 전력시스템 구축과 관련 '대기업 일괄수주 방안'을 내부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는 정부가 최근 권장하고 있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전력거래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차기전력시장운영시스템과 관련해 일괄발주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력거래소는 2013년 전남 나주로 이전을 앞두고 현재 SI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있다. 사업규모만도 200억원이 넘는 대규모다.

전력거래소가 추진중인 일괄발주는 시스템통합(SI) 사업자가 기획에서 설계, 운영, 유지보수 등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서비스를 일괄적으로 제공하다보니 주로 대기업들이 발주 대상이 된다.

반면 정부가 중소기업과의 상생차원에서 권장하고 있는 발주 방식은 '분할발주'다. 분할발주는 공공기관이 IT 사업 발주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포함한 IT 시스템을 구축 단계별, 직무, 기능별로 나누어 발주하는 형태다. 따로따로 발주 하다보니 중소기업들의 참여폭이 커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력거래소가 일괄발주로 발주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 일괄발주는 주로 대기업이 받게 되다보니 '전력거래소가 계열사인 한전KDN에 몰아주려는 수순'이라는 목소리 마저 나오고 있다.

중소 SI업체 관계자는 "전력거래소가 일괄발주를 한다는 자체가 한전KDN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의미이고, 한전KDN은 다시 중소기업으로 하청을 주게 될 것"이라며 "같은 업무를 하는데 한전KDN이 끼면서 중간에서 수수료를 이중으로 떼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한전KDN의 한국전력 관련 매출액은 90.9%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그 동안의 관행을 고려할 때 이번 발주에서도 한전KDN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중소기업의 상생은 커녕 일괄발주로 중간에 한전KDN을 껴주면서 수수료를 챙기도록 도와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전력거래소는 일괄발주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차기전력시장운영시스템은 워낙 대규모 시스템이어서 오히려 대기업이 중간에 끼어서 관리를 해야한다는 것. 수수료는 관리에 대한 책임의 대가여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건웅 한전거래소 차기시스템팀장은 "차기시스템에 오류가 있다고 가정하면 단순한 실수 정도가 아니고 전기·전력이 끊길 수 있는 문제가 된다"며 "이러한 차원에서 시스템은 안정화가 우선이기 때문에 통합발주가 원칙"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기존에 있던 시스템도 아니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다보니 유지·관리가 중요하고, 이 점은 조달청도 인정했다"며 "정부의 요구는 분할발주지만 여러가지 조건상 일괄발주를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정훈 의원실에서 지식경제부로부터 받은 '2010년 공공기관 중소기업 지원실적 평가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56개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지원실적이 평균 67.63점에 그쳤다.

전력거래소는 평균에도 못 미치는 48.21점을 기록했고 지식경제부 산하 기관 24개 중 23위를 기록했다. 전체 56개 기관 중 인력교류 및 교육에서는 47위를 했고, 기술개발 및 운영 협력 부분에서는 53위, 구매 및 판매계측에서도 53위를 차지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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