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목돈을 운용하기 위한 최고의 투자처는 은행 정기예금이었다. 외환위기 이전 예금금리가 연 18~24%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투자자들은 굳이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상품을 찾아 나설 이유가 없었다. 정기예금과 맞서 이길 수 있는 상품이 나오기 힘든 구조였다.

요즘엔 상황이 달라졌다.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 예금은 만족할 만한 재테크 수단에서 한참 멀어진 상태다. 열심히 모은 종잣돈이나 부동산 투자 등으로 발생한 목돈을 단지 안전하다는 이유만으로 은행에 넣어두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가치조차 보전하기 어렵게 돼서다. 위험을 일부 감수하고라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실적배당형 금전신탁 상품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전신탁 상품은 뭘까. 신탁(信託 · trust)은 쉽게 말해 '믿고(信) 맡긴다(託)'는 의미다. 투자자들은 금융기관을 믿고 돈을 맡긴 뒤 금융기관이 직접 운용해서 발생한 수익이나 손실을 받아들이는 구조다. 따라서 신탁에서는 "수익이나 손실이 투자자에게 귀속된다"는 말이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인 신탁상품으로는 ELS와 ELF,ELD,랩어카운트 등이 있다.

◆쏟아지는 주가지수연계 상품들

목돈을 갖고 투자를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상품이 ELS(Equity Linked Securies · 주가연계증권) ELF(Equity Linked Fund · 주가연계펀드) ELD(Equity Linked Deposit · 주가지수연계예금) 등이다. 이들 상품은 주가지수나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삼아 수익을 추구한다. 운영 주체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다.

증권사는 ELS를 발행하고 자산운용사나 투자신탁회사는 ELF를 판매한다. 은행이 발행하는 상품은 ELD다. ELD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보호되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다. 100% 원금 보장을 추구하는 안정적인 상품이다.

상품 구조는 간단하다. 투자금액을 예금에 넣어놓고 투자 기간 발생하는 이자를 운용사에 맡기고 수익을 내는 것이다. ELD는 주가지수 연동상품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지만 지수 등락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제한적이다. 기대 수익은 시중 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수익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ELS와 ELF는 원금보장형 상품부터 원금 부분보장형,원금 비보장형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ELS는 2003년 증권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상품화됐다. 특정 주식이나 주가지수가 사전에 지정한 수준에 도달하는 등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약속한 금리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식이 앞으로 3개월간 2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9%의 이자를 주겠다는 식이다. 만약 20% 이상 하락하면 이율이 뚝 떨어지거나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일례로 올 10~12월에 KOSPI가 2000 이상 유지하면 예금금리보다 훨신 높은 수익을 내준다는 식의 상품도 가능하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원금 보장형보다 비보장형의 예상 수익률이 높다. 만기는 통상 3개월부터 2년까지다. 보통 1년 이하의 단기 상품이 많은 편이다. ELS에 가입할 때는 조기상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만기가 되지 않았더라도 조기상환 조건이 되면 현금화할 수도 있다. 가입금액은 천자만별이다. 보통 100만원 이상이다.

ELF는 증권사가 발행한 ELS를 구입한 펀드라고 보면 된다. 투자액의 상당 부분을 채권으로 운용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로 ELS를 산다. 채권투자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따라서 원금 보장을 추구하면서 ELS를 통해 추가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주가지수 연계상품을 선택할 때는 원금보장 여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인지 살펴봐야 한다. 향후 주식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예측하는 것도 관건이다. 그 다음 기초자산 내용과 투자 기간,만기 상환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순서다.


◆맞춤형 관리상품 '랩어카운트'

주가지수 연계상품은 다양한 형태의 상품이 출시돼 있다. 다만 이미 구조화된 금융 상품을 선택하고,선택한 이후에는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랩어카운트(wrap account)는 변화하는 시장과 고객의 투자 성향을 감안해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일종의 일임투자 상품이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제공하는 자산관리 서비스의 하나다.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른 투자자산 배분과 최적 포트폴리오 등을 제공한다. 자산을 관리해 준다는 의미로 '종합자산관리계좌'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미 금융선진국에선 보편화된 투자상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께 도입됐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다.

랩어카운트 자산은 2008년 후반에는 12조원에 불과했다. 지금은 40조원을 돌파하며 급성장하는 중이다. 랩어카운트 상품은 크게 자문형 랩과 일임형 랩으로 구분된다. 자문형은 외부 자문사에서 자문을 구해 증권사가 운용하는 형태다. 일임형은 증권사 랩 운용부서에서 직접 운용한다.

랩어카운트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펀드 투자처럼 자산 운용을 전문인력이 담당하는 간접투자 상품이라는 점이다. 직접투자(주식)처럼 고객의 투자의견을 반영해 운용할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수수료다. 랩어카운트 수수료는 고객이 예탁한 자산에 대해 일정률의 일괄 보수를 지불하는 형태로 회사마다 차이가 있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은행이든 증권사든 신탁상품을 이용할 때는 금융기관 직원이 권유해 주는 상품을 무조건 선택하기 전에 반드시 해당 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정확히 이해해야 뒤탈이 없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고 해도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지 않는다면 짧지 않은 투자기간 내내 걱정과 근심에 쌓이게 된다. 소중한 자산을 맡기는 것이니 거래 금융기관을 찾아 직접 설명을 듣고 궁금한 내용을 적극 확인하고 상품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수원 포도재무설계 삼성지점 상담사 2isone@podof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