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달 6일 기름값의 100원 할인 종료를 앞두고 정유사에 가격의 '단계적 인상'을 압박했다. GS칼텍스를 비롯한 정유사들은 정부의 방침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최 장관은 30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유사들이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국민이 충격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유사들이 아름다운 마음으로 유가를 인하한 만큼 기름값을 올리는 과정에서도 아름다운 마음을 유지하면 사랑받는 기업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유사들이 그런 말에 부담을 느낄 것 같은데 어떤가'라는 질문에 "부담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GS칼텍스는 이날 오후 3시께 기름 가격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름값이 한꺼번에 오르는 것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인 기류를 감안할 때 SK에너지,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나머지 정유사들도 GS칼텍스를 따라 단계적 인상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정부는 기름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세금을 낮출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석유 할당관세 3%를 0%로 인하해도 ℓ당 20원밖에 내려가지 않아 소비자들이 과연 체감할지 등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류세도 "인하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신영/조재희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