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작은 마당에서 철 따라 피는 꽃들이며 탱자나무,감나무가 식구들의 일상에서 작은 기쁨과 화젯거리를 줬다. '올해 감이 많이 열렸다,적게 열렸다''옆집 채송화가 참 예뻐서 씨를 받아다 심었는데 어떤 꽃이 필까'….비록 경제적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못살았지만 그때는 하루하루가 작은 행복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내일에 대한 꿈이 있었고 사람들은 그 꿈을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공동의 꿈이 가난한 현재를 긍정할 수 있게 해줬다.
국민총생산(GNP)이나 국내총생산(GDP) 같은 숫자 개념으로 보면 지금은 40년 전보다 수백 배는 잘살게 됐다. 그러나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감은 어떨까. 아마도 그때보다 줄어들지 않았을까. 미래를 기대하며 현재를 긍정하는 충만한 감정을 행복감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은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한 꿈꾸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모르고,그저 경쟁에만 익숙해진 채 내달리다가 목표를 잃고 허탈해하는 것은 아닐지.혹시 우리에게 꿈은 이미 너무 어려운 '꿈 같은' 말이 돼 버린 걸까.
꿈은 너무 거창하지도,막연하지도 않은 것이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고 행복해지려면 어떤 꿈을 가져야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잠깐 달음질을 멈추고 생각한 후 달려도 늦지 않다. '꿈을 꾸며 말하고 노력하면 그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꿈'의 전도사다. 케냐 유학생이었던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채,'버락'이라는 아프리카 이름을 가지고 대통령이 된 그는 연설할 때마다 자신의 '꿈'을 이루게 한 미국의 위대함을 이야기한다. 그 연설을 듣는 미국인은 점점 더 꿈을 긍정하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하며,미국도 그들의 꿈만큼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다.
한때 우리의 집단적 꿈은 '잘살아 보세'였다. 노래까지 만들어 온 국민이 열정적으로 외치며 노력하다 보니 정말 그 꿈이 이뤄졌다.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된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꿈은 무엇인가. 우리 국민은 새로운 우리의 꿈을 꾸고 말할 때가 됐다. 우리가 꿈꾸는 법을 잊기 전에….
고승덕 < 국회의원 audfbs@unite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