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 둔화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아시아 지역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홍콩과 싱가포르 호주 등 증시에서 IPO를 추진해오던 기업들이 증시 부진으로 공모가를 낮게 평가받을 것을 우려해 일정을 늦추거나 계획을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호주 올들어 ‘최대어’ IPO 연기

WSJ에 따르면 호주의 지하자원 개발업체인 바민코(Barminco)사는 6억3250만달러 규모로 추진해왔던 기업공개 작업을 연기했다.바민코의 IPO는 올들어 호주 증시에서 가장 큰 규모여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아 왔지만 글로벌 증시 부진에 발목을 잡혔다.

이 회사의 닐 워버튼 최고경영자(CEO)는 “잠재적인 투자자들과 접촉한 결과 회사의 장래와 천연자원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며 “하지만 시장 전반적으로 변동성이 커졌고 최근 거시경제 지표와 금융시장 이슈들이 기업공개 시장에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바민코는 골드만삭스와 그리샴어드바이저리 주관으로 내년 예상이익 기준으로 PER(주가수익비율) 10∼12배인 주당 2.10∼2.52호주달러 규모로 공모를 추진해왔다.

◆홍콩 싱가포르 등도 ‘올 스톱’

홍콩의 IPO 시장도 예비 상장기업들이 줄줄이 빠져 나가면서 침체에 빠졌다.2억5400만달러 규모로 홍콩 증시에서 상장을 준비해왔던 중국의 철광석 개발업체인 차이나한킹은 지난 29일 IPO 일정을 연기했다.이 회사는 중국의 2위 철강업체인 바오스틸그룹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는 조건으로 기초투자자(cornerstone investor)로 참여해 기대를 모았지만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IPO 작업을 돌연 중단했다.기업공개 작업 재개 시점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 28일에는 중국의 남성의류업체인 차이아웃피터홀딩스가 홍콩 증시에서 2억9900만달러를 조달하려던 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또 지난주에는 중국의 스포츠의류업체 호사인터내셔널도 2억1100만달러 규모의 홍콩 IPO 작업을 취소했다.이 회사 역시 ‘증시의 변동성 확대’를 이유로 내세웠다.중국 전력업체인 싱유안파워홀딩스도 “증시 상황을 고려해 1억2100만달러 규모로 추진했던 IPO를 당부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싱가포르 증시에서는 최근 대만 반도체 검사업체인 UTAC가 4억6백만달러 규모의 기업공개 작업을 연기했다.

홍콩 풀브라이트증권의 킹스턴 린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기업공개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졌다”며 “이런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분위기”라고 전했다.

WSJ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과 유럽 지역 재정위기의 영향이 아시아 지역의 IPO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는 올들어 6.1% 떨어졌고 최근 한 달 사이에 2.8% 하락했다”고 전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