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정 긴축안의 의회 표결 당일인 29일 국내 증시에서 주요 투자자들은 눈치보기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수급 공백으로 현물시장은 선물시장 흐름에 따라 흔들리는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이벤트 결과를 앞두고 섣불리 매매에 나서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주요 수급주체들의 미묘한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그리스의 결정적인 정책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방향성에 관한 불확실성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주요 투자주체의 매매가 다소 위축되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신중한 분위기 속에서도 약간의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개인은 지난달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 매도를 하락하면 매수를 하는 방식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박스권 장세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외국인의 경우 지난 9일 이후 전날까지 단 사흘을 제외하고는 매도 우위 기조를 유지해왔다. 다만 외국인은 화학과 자동차, IT(전기전자), 기계를 제외한 업종은 순매수하며 저가매수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투신은 이달 들어 550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공고히 하고 있다.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며 매수 여력이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연기금의 경우 이달 200억원 가량 순매도로 대응했지만 중형주는 1257억원 순매수하는 변화가 포착됐다.

이 중에서도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기관의 움직임이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문제의 경우 1차적으로 긴축안이 통과되면 불안심리가 해소되며 반등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미국 경기와 관련한 과제가 남은 만큼 반등폭은 제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에 따라 외국인의 본격적인 매수 전환 역시 좀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시장에서 기댈 곳을 찾자면 수급측면에서 기관을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투신과 연기금이 주로 매수하는 업종은 철강과 전기전자, 금융 업종으로 저평가 메리트가 뚜렷하다는 진단이다.

정 연구원은 "실제 이들 업종의 최근 일주일 성과도 코스피에 비해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하고 있다"며 "지수의 방향성이 뚜렷해지기 전까지는 이들 업종을 주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기관의 매수강도가 강화되며 외국인의 매매패턴에 따라 휘둘리던 주식시장은 하방경직성이 확보될 것"이라며 "기관이 강하게 매수하고 있는 전기전자와 가격 메리트가 높아진 금융, 철강금속, 보험, 건설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중국 모멘텀(상승 동력)이 기대되는 기계와 유통, 음식료 업종에도 기관이 꾸준한 매수세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이 연구원은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