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장 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의 적용을 받는 일부 제품 가격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공정한 가격경쟁을 통해 물가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의 취지가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확대 시행된 지난해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과자 및 당류식품 물가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총 8개 제품 가운데 5개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비스킷 제품은 이 기간 13.74% 올랐고, 스낵과자는 7.97%, 사탕은 12.85%, 아이스크림은 10.80%, 빙과류는 18.03%의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8%였다. 반면 초코파이(0.64%), 초콜릿(0.13%), 껌(-0.76%)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못 미쳤다.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제품 판매가격 책정 권한을 각 유통업체에 자율적으로 맡겨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한다는 의도로 시행됐다. 그러나 일부 제품은 오픈프라이스 제도 시행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오히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5배에 육박한 것이다. 실제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파는 가격을 비교해도 인하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생필품 가격정보 사이트 티프라이스에 따르면 농심[004370] 새우깡 한봉지(90g)는 지난해 7월 평균 567(대형마트)∼800원(편의점)에 팔렸으나 올해 6월에는 656(대형마트)∼900원(편의점)으로 올랐다. 해태 부라보콘은 지난해 7월 대형마트 판매가격은 750원에서 이달 1천150원으로 올랐고 기업형 슈퍼마켓(SSM) 판매가격도 지난해 7월 875원에서 이달 1천원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오픈프라이스 제도 도입에도 일부 제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제조업체가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출고가를 올리고, 유통업체는 출고가 인상을 이유로 판매가를 올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격 상승의 원인을 제조업체는 출고가보다 더 큰 폭으로 판매가를 올리는 유통업체에 돌리고 있고, 유통업체는 판매가 결정권이 사실상 제조업체에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만 고스란히 가격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애초 취지만큼의 물가안정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소 김현종 연구위원은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경쟁을 통해 가격을 인하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가격 간 비교가 가능하다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면서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을 이용해 가격비교를 하고 저렴한 제품을 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업체들이 제품을 리뉴얼(가공 방법을 개선하거나 품질을 한 단계 올리는 것)하면서 가격이 오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전재홍기자 jhjeo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