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 신라면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린 농심의 '신라면블랙'에 대해 허위 · 과장 표시 및 광고 혐의를 적용,1억50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27일 "농심이 우골(소뼈) 설렁탕 맛을 표방한 신라면블랙을 시장에 선보이며 근거 없는 내용을 앞세워 영양가를 부풀려 광고하고 제품 가격을 과도하게 올려 공정거래 질서를 해쳤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지난 4월부터 기존 제품을 고급화한 '프리미엄','리뉴얼' 가공식품의 편법 가격 인상 조사에 나섰던 공정위가 내린 첫 번째 제재 조치여서 향후 식품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신라면블랙,가격 내릴까

공정위는 신라면블랙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근거로 '기존 제품'과 '경쟁 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을 들었다.

농심이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존 신라면과 비교한 신라면블랙의 제조원가 상승액 대비 출고가 인상액은 1.7배였다. 신라면은 대형마트에서 580~600원대,신라면블랙은 1300원대에 팔리고 있다. 신라면블랙과 비교해 영양가가 90% 이상인 경쟁 제품 '진라면'(오뚜기) 가격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다는 것이 공정위의 분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라면블랙은 품질이 향상된 정도에 비해 판매가격이 너무 높아 객관적으로 볼 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허위 · 과장 광고가 이런 경쟁력을 유지시켜 주는 핵심 방편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 질서를 심각하게 저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불법 담합이 아닌 허위 · 과장 광고'로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농심이 신라면블랙 판매가격을 낮출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농심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으며 공정위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했다. 신라면블랙의 가격 인하 가능성에 대해 농심 측은 "현 시점에서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과장 광고로 소비자 현혹

공정위가 과장 광고로 문제를 삼은 것은 농심이 신라면블랙을 선전하면서 제품 포장지와 신문 등에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다','가장 이상적인 영양 균형을 갖춘 제품','완전식품에 가까운 식품' 등으로 묘사한 부분이다. 시정명령을 받은 농심은 문제가 된 광고 문구나 내용을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광고 문구가 인쇄된 제품 포장 용지도 모두 바꿔야 한다.

공정위는 신라면블랙의 스프 성분을 분석한 결과 설렁탕 대비 영양가는 탄수화물 78%,단백질,72%,철분 4%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지방이 설렁탕보다 3.3배나 많았고,고협압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나트륨 함유량도 1.2배 많았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또 이상적인 영양 균형을 갖춘 제품이란 표시에 대해서도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3대 영양소 섭취의 이상적인 비율은 개별 소비자의 연령,활동량,생리적인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정호/임현우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