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변수에 노출된 코스피지수가 일진일퇴(一進一退)를 거듭하고 있다. 2000선 초반을 지지선으로 바닥을 다져나가고 있지만 조정 국면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스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이탈리아 재정위기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27일 중기적으로는 증시 흐름이 긍정적이겠지만 당분간은 변동성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이탈리아 은행 신용등급 하향 경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3일(현지시간) 재정상황 악화를 이유로 이탈리아 은행 16곳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추가로 13개 이탈리아 은행에 대해서도 전망을 기존 '안정'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고 발표했다.

그리스의 경우 새로운 5개년 긴축안을 유럽연합(EU)과 IMF(국제통화기금)이 승인하면서 단기 봉합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산넘어 산'을 맞이한 형국이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탈리아 사태 역시 단기 봉합의 과정을 거칠 가능성에 우선적으로 무게를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그러나 해결과정에서 각국 간의 이견 조율과 대책 마련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주가 등락 폭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이탈리아 은행 신용등급 하향 경고는 유럽 위기에 불안을 점증시킬 수 있는 이벤트"라며 "이탈리아 문제는 내달 중순 발표될 유럽은행 3차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오는 29~30일 그리스 재정개혁법안 통과 여부와 7월 11일 유로재무장관회담, 유럽은행 3차 스트레스테스트 발표까지 유럽과 관련된 중요한 일정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만큼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 "경제지표 수준이 중요…추세 반등 염두에 둬야"

다만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략 비축유를 방출키로 결정하는 등 긍정적인 모멘텀(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신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IEA의 비축량 방출은 상품시장에서의 투기세력 이탈로 이어지며 경제 전반의 물가부담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지표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기대치가 낮아지면 경제지표가 시장의 예상을 밑돌 가능성 역시 작아지기 때문에 시장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강현기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선행지수 반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선행경기가 개선되는 시점에서는 실물지표가 저점을 다지는 정도만으로도 투자자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수급 환경이 양호한 만큼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돼 투자심리가 완연히 개선된다면 생각보다 강한 반등도 가능할 수 있다"며 "추세가 본격적으로 복귀하면 주도주를 우선시 하는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