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본입찰이 27일 오후 5시 마감된다. 핵심 포인트는 CJ그룹의 참여 여부다. CJ의 참여 여부에 따라 대한통운 인수전의 판세가 급변할 수 있어서다. 본입찰 마감을 코앞에 두고 'CJ의 입'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CJ와 삼성,법정공방 가능성

삼성SDS가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직후부터 CJ는 "삼성의 의도가 뭐냐"며 반발해 왔다. CJ의 인수자문사 역할을 맡아온 삼성증권이 정보를 유출했을 것이란 의혹 때문이다.

CJ는 주말 내내 본입찰 참여 포기를 포함해 모든 사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작업을 벌였다.

CJ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대한통운 입찰 과정 자체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프라이빗 딜이기 때문에 이번 논란과는 상관없이 매각 작업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

'딜'의 진행 여부와는 상관없이 논란의 여지도 있다. CJ가 본입찰을 거부하는 동시에 삼성을 대상으로 법적공방을 벌이며 삼성증권의 정보유출 의혹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 포기하면 단독입찰로 진행

금호터미널 분리매각 방안이 확정된 뒤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에 회의적 반응을 보여온 롯데까지 CJ와 함께 빠지면 포스코 컨소시엄의 '무혈입성' 공산이 크다. 다만 흥행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인수가는 당초 예상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3파전' 양상이던 인수전이 단독입찰로 진행될 수밖에 없어서다. 이 경우 매각주체인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딜 지속 여부를 정해야 한다.

산은 관계자는 "단독입찰에 대비한 협의를 한 적은 없다"며 "정부 주도가 아닌 '프라이빗 딜'이기 때문에 단독입찰을 배제할 룰은 없다"고 설명했다. M&A 업계 관계자는 "단독입찰로 진행되면 수의계약과 다름없기 때문에 비판 여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승자의 딜레마 불가피할 듯

CJ가 포스코 컨소시엄과 대결했을 때의 승산 여부를 따져 본입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J가 참여하기로 결정하면 압도적 우세가 예측되는 포스코 컨소시엄을 제치기 위해 예상을 웃도는 인수가를 제시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업계에선 대한통운 지분(37.6%) 인수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조6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포스코 컨소시엄 입장에서도 계산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CJ가 공격적 베팅에 나설 경우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기 위해선 적절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넘어 인수가격을 공격적으로 써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