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완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이 SK그룹에서 월 5000만원씩 5년간 30억여원의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조사국장이 기업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요직이란 점에서 현직에 있을 때 봐주는 대가로 퇴직 후 받은 뇌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사자는 정상적인 자문료라고 주장하지만 받은 기간과 금액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고,시간차 전관예우 사례가 이뿐이겠느냐는 의구심까지 낳고 있다.

세무비리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역대 국세청장 16명 중 30%가 넘는 6명이 비리로 구속되거나 불명예 퇴진했다. 과거엔 불법 대선자금 모금이던 것이 최근에는 뇌물수수 인사로비 등 개인비리가 주종이다. 윗물부터 흐리니 아랫물인들 깨끗할 리 만무하다. 검찰이 수사중인 국세청 전 · 현직 간부의 뇌물사건만 4건에 이른다. 중 · 하위직 세무공무원의 비리는 일일이 세기도 힘들다. 국세청 자체 감사 결과 최근 5년간 과소 부과한 세금이 2조20000억원에 달했다. 단순 실수라기보다는 유착비리의 개연성이 높을 것이다.

검찰 경찰 국정원과 함께 4대 권력기관으로 꼽히는 국세청은 국민 재산권과 직결되는 절대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항상 부패 가능성을 안고 있다. 올 들어 국세청은 전관예우 전면 금지를 선언하고 자정 결의대회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자리 알선과 전관들의 재취업 실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들에겐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의례적인 립서비스로 비쳐질 뿐이다. 우리는 검찰 수사만으로 세무비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수십억원의 자문료를 챙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높은 반대급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락같은 세금에다 세정의 자의성도 컸다고 추론하는 게 당연하다.

세율이 높을수록,세무 공무원의 자의성이 클수록 비리는 독버섯처럼 자란다. 최선의 세정은 낮은 세율,넓은 세원에서 찾아야 마땅하다. 이를 통해 세무공무원이 제멋대로 세금을 올리거나 깎아주지 못하게 하는 것만이 해법이다. 세무비리는 탈세보다 더 나쁜 세금도둑질이지만 정치권은 세율을 올리기에 분주하고 세제는 갈수록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