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2위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실상은 슈퍼메뚜기 투기장'.한국경제신문에는 지난해 4월9일 이 같은 제목의 기사가 보도됐다. 스캘퍼들이 하루에 수백번씩 초단타매매를 일삼으며 팀당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떼돈을 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주가흐름과 맞물린 ELW 호가의 방향을 한발 앞서 예측하는 '시스템 트레이딩'이 스캘퍼들의 주무기로 지목됐다.

같은 해 6월9일자 'ELW 슈퍼 메뚜기,둥지 바꿔 기승' 기사에서는 시스템 트레이딩 과정에서 증권사가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내부 전산망을 이용할 수 있는 사무실을 내주고 비밀번호나 인증서,증거금 체크도 면제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기사화됐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ELW 수사에 착수하면서 한경의 이런 보도를 주요 참고자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지난 23일 발표한 ELW 수사결과에서는 본지가 보도했던 내용들을 거의 다 파헤쳤다. 내부 전산망 이용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의 주요 근거로 제시됐고,이 같은 불법성 행위로 한 스캘퍼팀은 1년5개월 동안 3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발표된 수사결과처럼 증권사들이 일반투자자에게는 제공하지 않는 특혜를 스캘퍼들에게만 제공해 투자자 공정대우 원칙을 위반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금융위원회는 검찰 수사 이후 일반투자자들도 빠른 속도의 시스템을 제공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개선책을 발표했다.

검찰 수사는 '개미'들만 항상 돈을 잃는 구조를 밝히고 개선책까지 이끌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하다. 검찰은 "환부만 도려내 병을 고치는 성공적인 외과수술식 수사의 표본"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지적도 많다. 전례를 찾기 힘든 수사였던 만큼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문제가 있다는 게 반드시 위법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증권사들은 시스템 트레이딩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한다. 검찰이 증권사들의 주장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다면 법원의 판단은 검찰과 다를 수 있다. 3만여 ELW 투자 개미들의 박수가 재판 결과에 따라 한숨이나 냉소로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검찰은 명심해야 한다.

임도원 지식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