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무명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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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청 우는 엠원의/총소리는 깨끗한 것/모조리 아낌없이 버렸으므로/비로소 철(徹)한 인격…/그것은 신격(神格)의 자리다/그런 맑은 쇳소리./아아 나는 전선이 비롯되는/어느 산머리에서/산이 오히려 기겁을 해서/무너지는 맑은 소리에….' 박목월 시인은 1952년 발표한 작품 '총성'에서 M1의 총소리를 맑고 깨끗한 것으로 그렸다. 어느 산머리 전선에서 생을 접은 젊은이들의 혼이 깃들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일까. 그래선지 총소리는 '부정(不正)한 것의 가슴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다/그 영혼을/꿰뚫고,바수고,깨고,차고/깨우치려 가는 것'이라고 했다.
1963년 화천 수색중대의 젊은 장교가 백암산 비무장지대를 순찰하던 중 무명 용사의 돌무덤을 보고 시를 썼다. 주변 비탈길엔 녹슨 철모와 탄피,수통이 나뒹굴고 있었다. 나중에 작곡가 장일남을 만나 가곡으로 탄생한 '비목'이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절박한 상황에서 돌무덤과 나무 비로 전우의 넋을 기리고 황망히 떠난,그 처절한 흔적이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6 · 25전쟁으로 국군 13만7000여명,유엔군 4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실종됐거나 포로가 된 국군도 3만명을 넘는다. 지금도 국립현충원엔 10만3000여 위(位)가 유해 없이 위패만 모셔져 있다. 한명 한명이 누군가의 귀한 아들들이다. 하지만 전사자 유해 발굴이 시작된 건 2000년부터다. 그간 5400여구를 수습하는 데 그쳤다.
얼마전 1차 세계대전에 미군 운전병으로 참전했던 프랭크 버클스가 110세로 세상을 떠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하관식 때 오바마 대통령은 국사(國事)를 미루고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묘지를 찾아 경의를 표했다. 미 전역의 공공기관과 해외 공관,함정에도 조기가 걸렸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걸 생생하게 보여준 것이다.
6 · 25전쟁이 터진 지 61년,끝난 지는 불과 58년째다. 북쪽엔 여전히 선군(先軍)을 내세워 3대 세습체제를 유지하려는 정권이 엄존한다. 그런데도 6 · 25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이 상당수인 모양이다. 북한의 터무니없는 주장과 사실 왜곡에 동조하는 세력도 적지않다. 어느덧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젊은 용사들의 희생 덕에 얻어진 것임을 잊어가는 것이다. 착잡한 마음으로 6.25를 맞게 되는 이유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1963년 화천 수색중대의 젊은 장교가 백암산 비무장지대를 순찰하던 중 무명 용사의 돌무덤을 보고 시를 썼다. 주변 비탈길엔 녹슨 철모와 탄피,수통이 나뒹굴고 있었다. 나중에 작곡가 장일남을 만나 가곡으로 탄생한 '비목'이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절박한 상황에서 돌무덤과 나무 비로 전우의 넋을 기리고 황망히 떠난,그 처절한 흔적이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6 · 25전쟁으로 국군 13만7000여명,유엔군 4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실종됐거나 포로가 된 국군도 3만명을 넘는다. 지금도 국립현충원엔 10만3000여 위(位)가 유해 없이 위패만 모셔져 있다. 한명 한명이 누군가의 귀한 아들들이다. 하지만 전사자 유해 발굴이 시작된 건 2000년부터다. 그간 5400여구를 수습하는 데 그쳤다.
얼마전 1차 세계대전에 미군 운전병으로 참전했던 프랭크 버클스가 110세로 세상을 떠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하관식 때 오바마 대통령은 국사(國事)를 미루고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묘지를 찾아 경의를 표했다. 미 전역의 공공기관과 해외 공관,함정에도 조기가 걸렸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걸 생생하게 보여준 것이다.
6 · 25전쟁이 터진 지 61년,끝난 지는 불과 58년째다. 북쪽엔 여전히 선군(先軍)을 내세워 3대 세습체제를 유지하려는 정권이 엄존한다. 그런데도 6 · 25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이 상당수인 모양이다. 북한의 터무니없는 주장과 사실 왜곡에 동조하는 세력도 적지않다. 어느덧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젊은 용사들의 희생 덕에 얻어진 것임을 잊어가는 것이다. 착잡한 마음으로 6.25를 맞게 되는 이유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