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한통운 인수戰 컨소시엄 참여] 6월 초 '깜짝 제안'…포스코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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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만에 '딜' 성사
마땅한 물류 회사 없어…범삼성家 CJ 제휴 부담
인수戰 판세 '요동'
삼성 가세, 추가 베팅 가능…일각선 "흥행 떨어질 수도"
마땅한 물류 회사 없어…범삼성家 CJ 제휴 부담
인수戰 판세 '요동'
삼성 가세, 추가 베팅 가능…일각선 "흥행 떨어질 수도"
포스코의 대한통운 인수팀은 이달 초 삼성 측 제안을 받고 깜짝 놀랐다. 삼성SDS가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포스코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해오면서다. 그동안 포스코는 오히려 삼성이 CJ그룹과 함께 인수전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해왔다. 포스코는 곧바로 회의를 열고 삼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는 27일 본입찰을 앞두고 있어 시간은 충분치 않았다. 최대한 빨리 협상을 매듭지은 이유다. 이렇게 포스코와 삼성의 '딜'은 보름여 만에 성사됐다.
◆삼성,왜 포스코와 손잡나
삼성SDS는 23일 이사회를 열어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삼성SDS가 대한통운 매각대상 지분 중 5%를,나머지 32.6% 이상은 포스코가 인수를 추진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한통운을 글로벌 물류 전문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스코의 의지와 물류IT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려는 삼성SDS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고순동 사장이 직접 나서 "대한통운 인수는 안한다"고 못박았던 삼성SDS가 범 삼성가인 CJ그룹 대신 포스코와 손잡은 이유로,업계에선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꼽고 있다. 삼성으로선 CJ보다 글로벌 철강사인 포스코와 협력하는 게 사업적인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얘기다. 포스코의 자체 연간 물류비용은 3조원가량이며 삼성그룹은 약 5조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항공,컨테이너선과 포스코의 벌크선 물량을 모두 합치면 대한통운의 연간 매출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 내에 마땅한 물류회사가 없다는 점도 컨소시엄 참여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100% 자회사인 삼성전자로지텍이란 회사가 있지만 규모가 작아 삼성전자 자체 물류의 20% 정도만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사회적 부담감을 덜기 위해 독자적으로 대한통운 인수전에 나서는 대신,컨소시엄 참여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독자적으로 국내 물류사업까지 장악하면 시장에서 거부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범 삼성가인 CJ와 손잡기도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세 바뀐 대한통운 인수전
삼성이 포스코와 손잡으면서 '3파전' 양상으로 치닫던 대한통운 인수전의 판세는 크게 흔들리게 됐다. 자금력 면에서 포스코 컨소시엄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삼성이 참여하면서 포스코가 추가 베팅에 나설 여지가 충분히 생겼다는 관측이다. 시장에선 대한통운 지분 인수 가격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조6000억~1조7000억원 선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와 삼성의 브랜드 효과도 인수 후보기업 평가 과정에서 크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대표기업인 포스코와 삼성이 컨소시엄을 이뤘기 때문에 비가격적 요소에서 다른 인수 후보기업들을 압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M&A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승부가 끝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대한통운 매각 과정에서 흥행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롯데가 금호터미널 분리매각 방안이 확정된 이후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온 데다,삼성이 포스코와 손잡으면서 CJ마저 인수전 참여 여부를 재검토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M&A실과 노무라증권 등 대한통운 매각주관사는 27일 오후 5시 본입찰을 마감한다.
장창민/김현예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