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연임이 확정됐다.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총회에서 넬슨 메소네 안보리 의장이 반 총장의 연임 추천 결의안을 제안한 뒤 조지프 데이스 유엔총회 의장이 반 총장 재선 안건을 공식 상정하자 192개 전 회원국 대표들이 기립 박수로 통과시켰다.

반 총장의 연임으로 앞으로 5년간 다시 세계의 수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역대 유엔 사무총장들은 연임하는 게 관례였다.반 총장 이전의 총장 7명 중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6대)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두 연임했다.

그러나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재의 전례가 있듯이 사무총장들이 무조건 연임하는 것은 아니다.임기 초반 문화적 차이에 따른 오해로 리더십에 대한 비난을 받았던 반 총장의 연임은 발로 뛰는 근면과 성실,설득과 중재를 바탕으로 강약을 조절하는 외교,조용한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준 4년 6개월의 가시밭길을 통해 가능했다는 게 외교가 안팎의 얘기다.특히 이 시기는 서방의 경제위기와 이에 따른 불안과 중국ㆍ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부상,중동·아프리카의 민주화 등 어느 때 못지 않게 격변의 시기였다.

반 총장의 리더십은 인권과 민주주의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강력한 대처로 빛을 발하고 재평가를 받았다.그는 2008년 5월 최악의 사이클론 재해 이후 미얀마가 외국의 구호 활동을 봉쇄해 50만명의 미얀마 이재민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미얀마 군부를 설득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들이도록 했다.

올해 초 중동의 민주화 사태가 발생하자 그는 한국의 민주화 경험을 바탕으로 아랍의 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반 총장은 “중동 지역 지도자들은 국민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고 평화적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이 지역 국가를 압박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정당성을 잇달아 언급했고 코트디부아르 사태에 대한 유엔의 군사 개입을 주도했다.리비아의 민주화 시위대를 탄압하는 무아마르 카다피에게도 즉각적인 권력 이양을 촉구했다.앞서 지난해 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침공해 가자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평화적 중재를 위해 열흘 동안 8개 국가를 옮겨 다니며 협상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의 노력이 주효해 휴전이 성사된 직후 아직 포성이 멈추지 않던 가자 지구를 직접 방문한 것도 반 총장이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그의 강력한 리더십이 회원국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데는 그가 취임 이후 보여준 발로 뛰는 외교도 한 몫 했다.유엔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취임 이후 한 달에 평균 지구 한 바퀴를 돌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 살인적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67번째 생일도 남미를 순방 중이던 지난 13일 버스 안에서 보냈을 정도다.

이와 함께,취임후 자발적으로 재산을 공개하면서 유엔 고위직들의 재산 공개를 유도했고 유엔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강력한 자정 노력,각종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조치 등은 ‘철밥통’으로 불려온 유엔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게 각 외신의 평가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