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현장에 남겨진 유전자(DNA)를 단서로 범인을 검거하는 과학수사는 CSI(과학수사대)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시험연구소도 쌀 쇠고기 등 농수축산물의 DNA를 추출한 뒤 유전자 변형 여부를 가려내거나 원산지 · 품종을 식별해 불법 유통업자를 적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국내 농축산물 유통업계의 CSI인 셈이다. CSI의 반장 격인 이성훈 유전자 분석실장(47)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이름을 올리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세계 3대 인명사전은 미국의 마르퀴스 후즈후와 미국 인명정보기관(ABI) 인명사전,영국의 국제인명센터(IBC) 인명사전이다.

이 실장은 2007년부터 마르퀴스 후즈후(5회)와 IBC(2회) 인명사전에 연속 오른 데 이어 올해는 ABI의 '21세기의 위대한 지성'(2012년판)에 실렸다. 이 실장은 21일 기자와 만나 "국제 학술지에 GMO(유전자변형 생물체) 분석 방법에 관한 논문을 꾸준히 게재하고,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GMO 관련 한국 대표로 활동한 영향이 컸던 것 같다"며 "그동안 한우물만 판 결과인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희소금속 분야를 연구해온 이민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40)은 세계 3대 인명사전의 2011년판에 동시에 등재됐다. 그중 IBC로부터는 올해 '100대 과학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이 개발한 고기능 나노복합소재 기술은 나노 금속분말을 균일하게 혼합해 설계 부품에 따라 원하는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획기적인 합금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 연구원은 "그동안 희소금속 관련 연구 업적을 보고 세 곳에서 인명사전에 등재했다고 먼저 연락이 왔다"며 "이 분야에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국내 교육자들도 세계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현청 상명대 총장(63)은 3개 인명사전의 올해판에 나란히 실렸다. 국제 교육전문가로 손꼽히는 그는 IBC의 아시아지역 사무총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사무총장은 아시아에서 다방면에 업적이 뛰어난 인물을 선정해 IBC 본부에 추천할 수 있고,관련 분과 학회나 세미나를 주최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한만주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7) 역시 올해판 3개 인명사전에 올랐다. 강원대 법과대학장과 법학전문대학원장을 지낸 한 교수는 독과점 규제와 사회보장법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독일 일본 영문논문으로 발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 교수는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국제에서 발표하고 독일 일본 뉴질랜드 등의 대학에서 교수활동을 한 업적을 인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