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비와 닮았다. 갑자기 쏟아졌다 원할 때 사라져버리는….'

하늘에서 2t의 비가 쏟아지고,무대는 온통 물바다가 된다. 마지막 10여분 동안 내리는 비에 흠뻑 젖은 배우 11명은 아이가 된 것처럼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고 공놀이,줄넘기를 하며 신나게 미끄럼을 탄다. 배우들은 까르르 웃다가 흩어지고 다시 모였다가 흩어지길 반복하며 물속을 뛰어다닌다.

태양의서커스와 함께 캐나다 아트 서커스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서크 엘루아즈의 작품 '레인'(사진)의 마지막 장면이다. 여름 장마처럼 시원하게 비를 뿌리는 이 작품은 24일부터 7월10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태양의서커스가 화려함과 기교로 승부한다면 서크 엘루아즈는 서정적인 감성으로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레인'은 서커스 리허설을 하고 있는 한 극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인 공간에서 남녀의 애틋한 사랑과 가슴 아픈 이별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크로바틱과 퍼포먼스는 기본.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보사노바풍의 음악이 조화를 이룬다. 빛과 조명,드라마와 서커스가 한데 어우러지며 서커스를 '쇼'에서 '예술'로 격상시킨 작품이다.

코끼리의 재주도,맹수의 포효도 없지만 무대 위를 잔잔히 흐르는 음악과 곡예사들의 연기는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줄리 해믈린 제작감독은 "새로운 방식의 서커스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좀 더 연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텐트를 걷어버리고 극장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서크 엘루아즈의 하늘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레인'은 서커스 장르로는 처음으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2005년 브로드웨이 초연 때부터 뉴욕타임스의 격찬을 받으며 출발한 이 작품은 현재까지 31개국 395개 도시를 돌며 4000회 이상 공연했다.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는 "추억 속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시간의 흐름에서 잘라내 영원히 보관하게 하는 사진처럼 '레인'이라는 작품을 통해 멈춰 있는 추억의 사진들을 생생하게 움직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레인'은 저녁노을을 바라볼 때의 느낌처럼 달콤하고 슬프면서 따뜻한 무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태양의서커스의 '코르테오'(2005)와 토리노 동계올림픽 폐막식(2006),체호프 국제 공연페스티벌 오프닝 '돈카'(2010) 등을 만든 서커스 전문가로,서크 엘루아즈의 하늘 3부작 '노마드' '레인' '네비아'를 통해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연출미를 인정받았다. 4만~10만원.(02)1577-5266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