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남은 'MB노믹스'] 집권 4년차 정부 '책임 회피病'…영리의료법인·감세 허송세월
'내수 활성화'를 주제로 최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 · 차관 회의에서는 '공무원 8-5 근무제,봄 · 가을 방학제' 등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한 대학 교수는 "내수 활성화의 핵심이 바로 서비스산업 선진화인데,3년째 표류하는 핵심 과제는 방치해두고 조무래기 정책들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책임을 안지려는 정부와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빠진 정치권,부처 간 손발이 안맞아 빚어지는 불협화음 등 3박자가 현 정부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책임 안지려는 정부

우리금융 매각을 위해 정부가 추진했던 금융지주사법 시행령(금융지주의 다른 금융지주 인수시 95% 이상 지분 확보) 개정을 스스로 철회한 것은 무기력한 정부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 입찰 참여를 금융위원회가 결국 배제시키기로 결론을 내린 것도 정치권에 대한 눈치보기 결과라는 게 정치권과 관가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외환은행 매각이 사실상 무산되는 수순으로 가고 있는 것 역시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는 정부의 소심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를 놓고 수차례 회의를 열었으나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심지어 청와대 등 최고 정책 결정기관 조차 론스타 문제에 대해선 나몰라라 하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휘둘리고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정치권 반대로 2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4월 개정안을 마련,국회에 넘겼으나 '재벌 특혜'를 주장하는 야당의 반대가 거세 본회의 상정조차 여전히 불투명하다. SK CJ 두산 등 지주사 전환 기업들은 금융사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감세 문제는 여당이 야당보다 한발 더 나가 반대에 앞장서면서 꼬일 대로 꼬였다. 정부 관계자는 "야당을 상대하는 것보다 여당을 설득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부처 간 손발도 안맞아

효율적인 정책 집행을 위한 부처 간 조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비스산업 선진화의 핵심인 투자개방형(영리) 의료법인 도입 여부를 놓고 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보인 엇박자다. 2008년부터 시작된 영리병원 도입 논의는 두 부처 간의 지루한 공방 속에 지금은 사실상 추진이 보류된 상태다.

그나마 최근 합의된 박카스 등 44개 일반의약품(OTC)의 약국외 판매 허용은 종합감기약 등 핵심 품목이 빠진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보금자리 주택 등 부동산 정책과 대학 등록금,가계 부채 등에 대해서도 정부의 정책조율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각 부처들은 제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최상목 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정치권 입김까지 겹치면서 부처 간 의견 합의가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종태/서욱진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