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쾌거는 모두 우리의 높아진 국력과 달라진 국격이 이뤄낸 성과다. 한국은 지난해 수출 5000억달러,무역 1조달러 시대를 바라보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한류문화의 유럽진출만큼 자랑스러운 것은 공적개발원조(ODA) 분야에서 우리의 역할 변화다. 전쟁 후 원조 받던 나라에서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가입으로 원조하는 나라가 됐다. 불과 반세기 만에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전무후무한 사례다. 우리 정부는 이에 걸맞게 ODA 규모를 2015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30억달러로 확대하고,'한국형 개발원조 모형'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미 우리의 경제발전 모델은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경제개발계획,새마을운동,고속도로 등 인프라 구축,중화학공업 및 정보기술(IT)산업을 성장시킨 경험과 노하우 등이 그 대상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그냥 단순한 원조방식에서 벗어나 원조 대상국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ODA와 연계한 '새마을운동 전수사업'이 그 대표적 예인데 농업중심 개도국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역사는 짧지만 경제발전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해왔던 우리의 선진 국가통계시스템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OECD 통계위원회 의장단으로 선임돼 통계청이 아시아 · 아프리카 국가의 통계역량을 강화하고 지원하는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통계는 일종의 국제언어다. 어떤 현상이 통계 숫자로 표현되면 사람들은 그 숫자에 경도돼 행동하게 된다. 조금 과장하면 한 나라의 통계시스템을 구축해주는 것은 그 나라의 행동양식을 지배하는 것과 같다. 통계청은 이미 몽골의 통계정보시스템 컨설팅 및 직원연수를 실시하고 있고 올해는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통계지원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47.9%라는 인터넷 조사 참여율로 세계를 놀라게 한 인구주택총조사의 성공기법을 배우겠다는 개도국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한류열풍이 혐한류로 변질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처럼 개발원조에서도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발전한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되 '원조는 두 손으로 겸손하게'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개발원조 선진국이 적용했던 '국익 최우선 원칙'과 달리 글로벌 외교 부문에서도 우리 방식으로 '한류' 열풍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인실 < 통계청장 insill723@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