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심체요절(1337년)보다 최소 138년 이상 앞선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로 공개된 '증도가자(證道歌字)'에 묻은 먹이 고려시대 것이라는 과학적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공개 이후 일었던 '세계 최고 금속활자' 논란이 불식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도가자가 세계 최고로 확증되면 국사교과서 관련 기술은 물론 세계 인쇄술의 역사까지 바뀐다.

홍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북대 사회과학연구원과 청주고 인쇄박물관이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고려시대 금속활자 증도가자 학술발표회'에서 증도가자 중 먹이 비교적 많이 묻은 佛(불) · 悲(비) · 大(대) · 人(인) · 源(원) · 胱(광) · 醯(혜) 7개 금속활자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홍 연구원은 "먹이 묻은 부분이 흙으로 덮여 오염이 덜 된 활자에서 시료를 채취했다"며 "먹을 얻지 못한 醯자와 양이 미미한 源 · 胱자를 제외한 佛 · 悲 · 大 · 人자에서 얻은 먹으로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悲자에 묻은 먹은 서기 1210~1279년이나 1160~1280년 것으로 측정됐다. 신뢰도는 측정된 연대 구간이 커질수록 높아져 각각 68.2%,95.4%였다. 佛자의 먹은 서기 1030~1160년(신뢰도 68.2%),1010~1210년(95.4%)으로 나왔다. 大자에서 얻은 먹의 탄소연대는 서기 770~980년(94.0%),人자 먹은 서기 810~1030년(95.4%)의 측정 결과를 얻었다.

홍 연구원은 "이번에 얻은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 결과는 활자 자체가 아닌 활자에 묻은 먹을 시료로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성장이 멈춘 나이테 부분의 탄소 연대는 나무의 고사 시기와 관계 없이 그 연륜이 생성된 연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가장 젊게 나타난 연대를 신뢰하는 게 보통이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KBS 1TV '역사스페셜' 제작진은 이번 분석에도 포함된 佛 · 悲 두 글자의 먹 분석을 지질자원연구원에,또 다른 증도가자 활자인 廣(광)과 眷(권) 두 글자에 묻은 먹의 연대 측정을 일본 쪽에 의뢰해 모두 고려시대 것에 속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고려 금속활자와 증도가자'발표를 통해 "활자의 서체는 현존의 번각본 '증도가'와 비교할 때 크기,획의 방향,이체자(異體字)의 모양 등에서 거의 같고 번각자의 오차로 인정되는 범위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고려 금속활자 연구사(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증도가자의 개요와 특징(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금속활자의 주조 방법과 기술(예병준 경북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남명천화상송증도가의 성립과 판본(김성수 청주대 교수),증도가와 증도가자의 서체분석(이승철 청주고인쇄박물관) 등을 주제로 한 발표가 있었다.


◆ 증도가자(證道歌字)

1232년 고려 수도 개경에서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보물 제758호)》를 인쇄한 활자. 남명천화상송증도가는 서울 삼성출판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