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주 매입도 검토
국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외부인의 경영 참여에 거부감을 보였던 이들 기업이 사외이사 등 임원을 잇따라 한국인으로 선임하는가 하면, 비용 문제로 꺼렸던 한국사무소 개소도 줄을 잇고 있다. 일부 CEO(최고경영자)는 자기 돈을 들여 직접 주식매입에 나서고 있다.
모두 주가 부양을 위한 조치다. 중국 기업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차이나 디스카운트' 현상이 심화되자 기업 스스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원양자원은 한국인 사외이사 선임을 현재 검토 중이다. 국내 기관투자자 등을 상대로 사외이사 추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 3월말 한국인 사외이사 선임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장훠리 중국원양자원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의사결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다 높은 급여도 부담"이란 이유를 들었다. 당시에도 '차이나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중국 기업들이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상당했다.
중국원양자원이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보다 주가 때문이다. '중국고섬 사태'에 '선박 사진 조작 의혹' 등 악재가 연이어 겹치면서 중국원양자원 주가는 최근 반토막이 됐다. '뭔가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결국 회사는 한국인 이사 선임이란 고육지책을 선택했다.
이에 앞서 중국엔진집단은 한정화 한양대 교수(경영학)를 사외이사에 선임키로 결정하고, 오는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중국식품포장도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 의안에 대우증권 국제본부 금융상품팀장 출신 송요신 박사(경영학)를 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포함한 상태다.
최근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고섬의 경우도 법무법인 KCN의 곽경직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 투명성 강화 움직임을 보인바 있다.
사외이사 선임 뿐 아니라 아예 한국사무소를 여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 차이나그레이트 차이나킹 등이 한국사무소를 운영 중이고, 중국원양자원 중국식품포장 등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경영진이 직접 지분을 취득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진민 중국식품포장 사장은 전일 2만주, 이날 9만6000주 등 이틀간 총 11만6000주의 자사 주식을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진 사장의 보유주식은 448만6800주(지분율 22.43%)까지 늘었다. 그는 추가로 더 사 최대주주 려취령 씨(22.58%)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왕겅성 중국엔진집단 사장도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장내에서 주식을 직접 사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한 증권사 해외 IPO(기업공개) 담당자는 "사외이사 선임과 같은 조치는 사실 그 실효성 보다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며 "중국 기업들이 그 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