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가 대외악재 여파로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나흘 만에 약세로 돌아서 2040선으로 후퇴했고, 코스닥지수도 사흘 만에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해 1090원대에 바짝 다가섰다.

16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9.90포인트(1.91%) 떨어진 2046.63으로 장을 마쳤다. 40포인트 가까이 밀리면서 재차 120일 이동평균선(2074)을 내줬다.

전날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그리스 재정위기 우려와 경제지표 악화 여파로 일제히 1% 넘게 하락 마감한 가운데 코스피지수도 약세로 장을 시작했다.

장 초반 기관 매수세가 확대되며 2060선 후반까지 낙폭을 줄이기도 했으나 프로그램 매물이 점증하면서 다시 뒤로 밀려 2040선으로 떨어졌다.

외국인은 하루 만에 '팔자'로 돌아서 화학, 유통, 운수장비 업종을 중심으로 212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장중 엎치락뒤치락했던 기관은 461억원 매수 우위로 장을 마감했다. 개인은 운수장비, 유통, 전기전자 등을 중심으로 319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매물을 쏟아낸 가운데 프로그램 매물이 점차 덩치를 불려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1734억원 순매도, 비차익거래의 경우 825억원 순매수를 기록, 전체 프로그램은 909억원 매도 우위로 장을 마쳤다.

업종별로 일부 일반 의약품의 약국외 판매 기대를 바탕으로 의약품 업종이 상승세를 보였다. 전기가스도 소폭 올랐다.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은 약세를 나타냈다. 롯데쇼핑이 1조원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7%대 급락, 유통업종이 3% 넘게 밀렸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팔자'에 나선 운수장비업종이 2%대 하락했고, 증시 급락 여파로 증권업종도 2%대 떨어졌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시가총액 10위권 내 전 종목이 내렸다.

증권업계에선 전저점(2030)의 지지력을 확인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당분간 변동성 장세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차 양적완화(QE2) 종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 경기 둔화, 유럽 재정위기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6월 이후 대외 변수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 투자가의 경우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재형 한국창의투자자문 대표는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글로벌 이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유가"라며 "유가가 현 수준보다 더 안정되면 글로벌 악재가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높은 국제 유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이 상반기 내내 악재로 작용했지만 인플레이션이 7월에 정점을 찍고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상한가 7개를 비롯해 228개 종목이 올랐다. 하한가 4개 등 595개 종목은 내렸고 74개 종목은 보합을 나타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4.29포인트(0.92%) 내린 460.54로 장을 마감했다.

대부분 업종이 하락했고,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다만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나흘 연속 상승하면서 장중 최고가(3만9600원)를 경신했다. 개발 중인 2세대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2종 판매를 앞두고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닥시장 상승종목은 상한가 11개를 비롯해 304개에 그쳤다. 하한가 2개 등 638개 종목은 내렸고 71개 종목은 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증시 급락 등의 여파로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8원(0.63%) 오른 1089.9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김효진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