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장벽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러시아에서 한 해 40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중소기업이 있다. 주인공은 폴리염화비닐(PVC) 발포폴리스티렌(EPS · 스티로폼) 등 석유화학제품 무역업체인 크레스코코퍼레이션(대표 이종혁 · 41 · 사진)이다.

PVC는 건축물의 바닥이나 창호,수도관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대표적인 건자재다. 단열성이 뛰어난 EPS는 주택의 벽 또는 천장에 들어가는 재료.이종혁 대표는 "러시아로 들어가는 국산 PVC의 40%와 EPS의 20%를 크레스코코퍼레이션이 중개하고 있다"며 "5년 내 수출 품목을 석유화학제품 전반으로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현 대우인터내셔널)와 금호석유화학에서 10년 동안 석유화학제품 수출입 업무 경험을 쌓은 이 대표는 2005년 크레스코코퍼레이션을 세웠다.

그는 창업과 동시에 러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1998년 모라토리엄(채무 지불 유예) 선언 이후 침체기에 빠져 있던 러시아 경제가 원유값이 오르던 2005년부터 회복세로 돌아선 것도 그에게는 호기였다. 이 대표는 "당시 얼어붙었던 건설 경기가 풀리면서 건자재인 PVC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를 세운 지 고작 3개월,한 손에 서류 가방만 달랑 든 채 찾아간 모스크바에서 이 대표는 러시아 석유화학기업 스트로이폴리머와 첫 거래를 텄다. 컨테이너 두 대분(34t)의 PVC를 샘플로 공급하기로 한 것.

그로부터 1년 뒤 크레스코코퍼레이션은 매달 1000~1500t의 PVC를 러시아에 수출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금호석유화학 대한유화 LG화학 등 국내 모든 석유화학 분야 대기업을 거래처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러시아 정부가 주요 도시의 도로 재정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스티렌계 열가소성 엘라스토머(SBS) 수출을 본격화하는 내년엔 러시아에서만 연 700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