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면 단기이익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대기업 총수들이 단기이익을 강조하다 보면 CEO들이 단가 인하와 이윤 극대화에만 전념하게 돼 동반성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귀를 의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만든다. 역설적으로는 공정위의 소명을 올바르게 알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그런 발언이다.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개인투자자나 기관은 주식을 팔고,은행은 대출을 회수하면 그만이다. 반면 기업 총수(오너 혹은 대주주)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장기이익에 주목하는 거의 유일한 당사자다. 단기이익에 급급한 사람은 오너가 아니라 대리인(경영자)들과,분기 실적이 조금만 나빠도 난리가 나는 주식투자자,그리고 세금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정부와 관료다. 공정위원장의 발언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초보적인 오류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무난히 넘긴 밑바탕에 강력한 오너십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그대로다. 긴 안목에서 투자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며 해외시장을 뚫었기에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등장한 것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겠다는 식의 결단은 단기이익에 집착해선 결단코 나올 수가 없다. 오히려 단기이익은 1990년에 출범한 공정위가 지난 20년간 줄기차게 강조해왔던 화두이다. 장기이익의 유일한 당사자인 대기업의 오너십을 깨는 데 주력해온 것이 공정위요,증권시장을 통한 기업규제에 매진해온 것이 공정위다. 부도 전의 기아그룹 같은 곳을 지분분산 우량기업으로 지정해가며 소유경영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고 오너체제를 해체하려고 안달해왔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은 상반기 중 15대 대기업 총수들과 연쇄 회동하는 계획을 잡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경영지도를 편다면 회동은 그 자체로 코미디가 될 것이다. 공정위가 할 일은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키는 것이지 기업가를 불러다 군기 잡는 일이 아니다. 공정위원장은 자신의 과업을 걱정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