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글로벌 증시의 부진으로 헤지펀드 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일부 펀드들은 고수익을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수익률 경쟁에서 선두권으로 부상한 헤지펀드 3인방을 소개하고 이들의 포트폴리오와 투자전략을 분석했다.

WSJ는 칠드런스인베스트먼트(CIFM),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H파트너스매니지먼트 등 3개의 헤지펀드가 올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15~22%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라고 전했다. 전날 기준으로 미국 다우지수가 작년 말 대비 4.3% 오르는 데 그쳤고,올해 헤지펀드 업계의 평균 수익률이 1% 안팎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탁월한 성적이다.

WSJ는 이들이 미디어주와 엔터테인먼트주를 집중 공략한 전략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운용 자산이 95억달러에 달하는 CIFM은 펀드 포트폴리오의 30%가량을 미디어 회사인 CBS 비아컴 월트디즈니 주식으로 채워놓고 있다. 실적 호조로 CBS 주가는 올 들어 전날까지 37.6% 급등했고 비아컴도 21.4% 올랐다.

펀드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 쿠퍼혼 대표는 "미디어 산업의 무게중심이 정보 배분 회사에서 콘텐츠 제작사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작년부터 주식을 사들였다"며 "CBS와 비아컴 등은 광고료는 물론 케이블 사업자 등에게 요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등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 헤지펀드 업계에 데뷔한 쿠퍼혼은 연 평균 17%씩 수익을 내며 주목받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냈지만,최근 선전으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이거글로벌도 비아컴 넷플릭스 리버티글로벌 케이블비전시스템 등 미디어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지난달 뉴욕증시에 상장돼 주가가 급등한 링크트인으로 '대박'을 냈다. 타이거글로벌은 지난해 링크트인 주식을 2000만달러어치 사들였다. 이 주식은 현재 2억8000만달러로 평가금액이 14배로 치솟았다.

이 회사는 상장이 예상되는 '초대어급' 소셜네트워크 기업인 페이스북과 징가 주식도 보유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펀드를 이끌고 있는 체이스 콜먼은 타이거펀드 설립자이자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줄리언 로버트슨의 수제자로 잘 알려져 있다.

H파트너스는 테마파크 운영회사인 식스플랙스엔터테인먼트의 턴어라운드(실적개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09년 경영난으로 파산보호 신청을 했던 식스플랙스는 지난해 회생에 성공하면서 올 들어 주가가 34% 급등했다. H파트너스는 이 주식으로만 1억달러의 평가익을 내고 있다.

WSJ는 세 펀드 모두 금리나 성장률 등 거시지표 움직임을 보고 종목을 고르는 '톱다운(top-down)' 대신 기업의 펀더멘털(내재가치)에 집중하는 '보텀업(bottom-up)' 분석에 충실한 것이 공통점이라고 분석했다.

쿠퍼혼 대표는 "5월 이후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저금리와 인플레 우려로 투자자들은 결국 증시로 몰릴 것"이라며 "경쟁력이 있으면서도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들이 여전히 많다"고 강조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