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차관·부총재급의 ‘거시정책실무협의회’를 만들기로 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은 총재는 15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조찬 간담회를 갖고 두 기관의 정책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정례적인 대화 창구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 같이 합의했다.월 1회 열리는 거시정책실무협의회는 재정부 차관과 한은 부총재가 주재하며 양 기관의 국장과 실무자급이 참석한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대내외 경제여건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정부와 한은이 자료 협조 및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 교환 등 보다 긴밀한 정책공조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 장관과 김 총재는 대내외 경제상황과 정책 방향,협력 방안 등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최근 경기와 관련해서는 한국 경제가 수출 호조와 고용 개선 등에 힘입어 잠재 성장률 수준의 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대외 불안과 대내 취약 요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대외 불안 요인으로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과 유럽 재정위기 등이 꼽혔고 대내 취약 요인으로는 물가 불안과 가계부채 문제가 지적됐다.

세계 경제와 관련,김 총재는 미국 경제가 일시적인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을 겪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김 총재는 “최근 국제기구 및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다녀본 결과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다만 불확실성이 높아 대외여건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이달 말 2차 양적완화(QE2) 종료 이후 미국 통화정책의 변화 방향,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유럽 재정 불안 등이 미칠 영향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기관은 물가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가운데 고용회복이 지속될 수 있는 방향으로 거시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또 수출과 내수 등 부문 간 격차와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차이가 심하다고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수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함께했다.

윤 국장은 “내수기반을 강화한다는 것은 경기를 부양하자는 것보다는 경제 전체의 공급 능력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높이자는 의미”라며 “서비스업 선진화와 중소기업 생산성 제고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그는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등 거시정책과 정부의 미시적인 대응,경쟁 촉진 등 구조적인 대책을 병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한은법 개정안 등 금융감독 체계 개편과 재정부 차관이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견을 밝히는 ‘열석발언권,외환정책 등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윤 국장은 “열석발언권은 계속 행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김중수 한은 총재가 지난 2일 취임한 박 장관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재정부에서는 임종룡 1차관과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은성수 국제금융국장,방문규 대변인이 참석했고 한은에서는 이주열 부총재,이상우 조사국장,김종화 국제국장,이용회 공보실장이 배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