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대대적 감찰] 집권 4년차 기강 '막장'…평일 골프, 사무실 도박, 업자와 룸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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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이젠 한계 상황…이대론 안된다" 개탄
복지부동 넘어 '낙지부동' 신조어까지 등장
복지부동 넘어 '낙지부동' 신조어까지 등장
정부가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기강잡기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감찰 강화의 이유를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집권 4년차로 들면서 확연해지는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에 따른 공직사회 부정부패를 막고, 공무원들을 마지막까지 움직이게 하기 위한 채찍성 조치라는 분석이다.
◆만연한 공직 비리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와 도덕적 해이는 도(度)를 넘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14일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 국무위원은 "오죽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입에서'이제 한계가 왔다. 이대론 안된다'는 말이 나왔겠는가"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정진석 전 정무수석과 김해수 전 정무비서관 등의 연루설이 나오고 있다.
정부 상황은 심각하다는 평가다. 총리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공직사회 전반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감찰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를 보고받고 이 대통령 등 여권 핵심부가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총리실에 따르면 국립 A기관 경북 지역 소재 직원은 다른 기관 공무원들과 수시로 어울려 소속 기관 청사의 사무실에서 카드 도박 행위를 하다 적발됐다. 지방공무원 가운데 일부는 3년 넘게 평일 근무시간 중에 근무지를 무단 이탈하거나 허위 출장 처리하는 방법으로 근무지 인근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겼다.
한 중앙행정기관 과장급 간부는 2008년 중앙부처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업체 등에서 편의 제공과 생활비 명목으로 2년간 수천만원을 받다가 적발됐다.
수도권의 한 지자체 과장급 공무원 등은 허위로 출장 처리를 하거나 직원 출장비 중 일부를 환수하고 관련업체 등에서 받은 금품으로 공통 경비를 조성,과 회식비 등으로 사용하다 꼬리를 밟혔다.
총리실 관계자는 "일부 공무원들이 퇴근 후에 민원과 연결된 업자들과 룸살롱에서 유흥을 즐기는 사례가 여전하다"고 털어놓았다.
◆'낙지부동' 중앙보다 지방이 더 심해
정권 말로 가면서 공직 전반에 일할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도 감찰 강화의 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석상에서 "장관들이 안 움직인다"고 국무위원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앞서 감기약 · 소화제 등 일반의약품(OTC) 슈퍼마켓 판매가 사실상 무산된 데 대해 "국민에게 필요한 조치인데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느냐"며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당시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름을 거명하며 "도대체 사무관이 하는 것처럼 일을 하느냐"며 화를 냈다는 얘기도 있다.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데 대해 답답함을 표시한 것이다.
실제로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현상은 고위급 공무원들보다 하위 공무원들 사이에서 휠씬 더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지방 공무원은 "요즘 '복지부동'은 옛말이고 '낙지부동'이란 말이 통용된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단순히 배를 깔고 누워 일을 안하는 게 아니라 낙지처럼 바닥에 들러붙어 아무리 자극을 줘도 꼼짝하지 않는 상황을 비꼰 말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일선에 나가보면 중앙부처보다 지방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하다"면서 "집권 말기가 다가올수록 차기 권력이 누가 될지에만 관심을 쏟고 일손을 놓는 현상이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박수진/남윤선 기자 notwoman@hankyung.com